일명 '트렁크 시신'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일곤(48)이 법정에서 '트렁크 시신' 사건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앞선 전과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3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하현국) 심리로 열린 김씨에 대한 강도살인, 사체손괴 등 혐의 첫 공판에서 "짚신처럼 엮이고 풍선처럼 부풀려진 것"이라며 "(자신이 작성한)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해달라"고 주장했다.
검사의 모두 발언이 끝난 후 하 판사가 "공소장을 읽어봤느냐"고 묻자 김씨는 "답변 전에 드릴 말씀이 있다. 제가 작성한 리스트, 명단이 있다. 이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를 받을 때 검사님에게도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마지막 조사가 끝날 때까지도 안해줬다. 나도 심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 다시 말하는 것을 잊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언급한 명단은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발견된 것으로, 자신이 치료받은 병원의 병원장과 직원, 서울지방경찰청의 담당 형사, 식당 여자 사장, 판사 등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조사를 진행해주지 않는다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하 판사가 "공소장 내용이 맞느냐"고 재차 묻자 김씨는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여러 부분이 허위다. 리스트 조사부터 해달라"고 재차 주장했다.
하 판사가 "우리는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다. 고소·고바을 해야 수사가 된다. 법원에서 수사해달라고 할 수 없다"고 해도 김씨는 "고소고발을 할 사안이 아니다. 내가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지만 억울한 것이 많다. 리스트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김씨의 계속되는 요구에 하 판사는 검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제안했다.
검사가 "자신이 피해를 받은 것이냐, 준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내가 고통을 받았다"고 답했다.
하 판사가 재차 "수사를 원한다면 고소·고발을 하라"고 하자 김씨는 "고소·고발은 처벌이 목적 아닌가. 그 사람들이 처벌 받도록 할 생각은 없다. 그저 조사해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내놨다.
검사가 "조사를 한 뒤 그냥 언론에 공개해달라는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재판부의 재판 종료 선언 뒤에도 김씨는 검사를 노려보면서 "전과 기록이 있는데 짚신처럼 엮이고 풍선처럼 부풀려진 것이다. 리스트 명단에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김씨는 자신의 변호를 위해 선임된 국선 변호인이 필요없다는 주장을 반복해 하 판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김씨는 "처음부터 변호사 선임을 거부하려고 했다. 국선 변호인이 와서 학교 다닐 때 가정환경 조사를 하듯이 물어보더라. 사건과 무관한 것 아닌가"라며 "변호인이 나를 부정했다. 국선 변호인이 피고인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묻는 것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국선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겠다고 우겼다.
그러면서 "지은 죄를 인정하고 처벌받은 각오가 되어있다"며 국선 변호인이 필요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 판사가 "국선 변호인을 교체해달라는 것이냐. 국선 변호인 없이 재판이 진행되면 재판이 무효가 된다"고 말하자 김씨는 "교체하지 않겠다. 하지만 앞으로 접견은 거부하겠다"고 대꾸했다.
하 판사가 재차 "피고인을 잘 이해하려고 가정환경에 대해 묻지 않았겠나. 잘 알아야 변론을 하지 않겠냐"고 재차 설득했지만 김씨는 "가정환경을 조사하고 있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올해 9월9일 주모(35·여)씨를 충남 아산시 소재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째 납치한 뒤 끌고다니다가 2시간여만에 목 졸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식칼로 주씨의 시신을 훼손한 김씨는 주씨의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가 11일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에서 차량 트렁크에 주씨의 시신을 둔 채 부탄가스 3개 등을 이용해 차량에 불을 질렀다.
김씨는 지난 5월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자신의 오토바이와 접촉사고 문제로 시비(쌍방폭행)가 붙은 김모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인을 계획하고 주씨를 유인책으로 활용하려다가 주씨가 자꾸 도망치려하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동물병원에서 흉기를 들고 동물 안락사 약을 달라고 요구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김씨에게 강도살인, 살인예비죄, 사체손괴, 절도, 특수강도 미수 등 9가지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김씨에 대한 2차 공판은 11월11일 오후 4시10분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