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 스트레스' 발생시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리스크팀 고경철 과장·김민서 조사역이 발표한 '파생결합증권(ELS, DLS) 발행·헤지운용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월평균 1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발행액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 9월말 기준 발행잔액은 9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간 파생결합증권 발행 경쟁이 심화되면서 판매 수수료율이 떨어졌는데도 고객에게 제시하는 수익률은 조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에게 제시한 수익률을 메우기 위해 증권사들은 자산운용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유동성·저신용등급 채권의 보유 규모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채권시장은 전체적으로 AAA등급 채권 비중이 늘어나면서 안전채권 위주로 변화했지만 반대로 증권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의 보유 비중이 늘어났다.
전체 채권에서 차지하는 증권사의 AAA등급 채권 비중은 2010년 말 43.2%에서 올해 3월 말 25.8%로 17.4%p 줄어든 반면 AA등급 및 A등급 이하 채권은 각각 6.2%p, 10.0%p 상승한 30.2%, 17.4%를 기록했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헤지운용 과정에서 AA등급 이하 채권 비중이 2010년 말 31.4%에서 올 3월말 47.7%로 16.3%p 확대됐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에는 AA등급 이하 운용 비중이 41.3%에서 65.0%로 23.7%p의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중 A등급 이하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3.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은행금융채의 비중도 늘어났다. 증권사의 은행채 보유비중은 같은 기간 23.8%에서 12.5%로 감소했지만 비은행금융채 비중은 17.7%에서 22.1%로 늘어났다. 비은행금융채 규모도 1조5000억원에서 10조5000억원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
연구팀은 "AAA등급 채권 비중을 감안할 때 채권운용의 질적 변화가 단기간 내에 지급결제시스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저유동성·저신용 등급의 채권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비은행금융채 편입도 증가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유동성 정도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 등에 비해 자금조달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금융스트레스 발생시 보유채권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 등을 겪을 수 있다"며 "증권사는 전사적인 채권 운용실태 점검 강화, 결제 유동성 확보 여부 점검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