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선수 박태환(26)씨에게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 포함된 네비도를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T병원 김모(46·여) 원장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강병훈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원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강 부장판사는 김 원장 혐의 중 업무상과실치상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로, 의료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했다.
강 부장판사는 "특히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박씨는 상담할 때 유난히 도핑테스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며 "네비도 주사로 양성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주사를 맞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네비도를 주사하면서 박씨의 건강 상태와 치료 방법 및 내용, 필요성, 예상되는 신체의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설명하지 않았거나 부족하게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 부장판사는 박씨가 네비도 주사 후 근육통이 있었다거나 호르몬 변화로 인해 건강이 침해됐다는 등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여러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강 부장판사는 "김 원장은 재활의학 전문의로서 진료기록부를 갖추고 (환자의) 주된 증상이나 진단 및 치료행위를 상세히 기록해야 했다"며 "증인 등의 진술과 수사보고서,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이뤄지는 일일보고 등을 종합해 볼 때 박씨에게 네비도 주사를 처방하면서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았음이 인정된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중구 T병원에서 박씨에게 부작용과 주의사항 등을 설명하지 않고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된 네비도(Nebido)를 투여한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박씨에게 네비도 주사를 처치한 내역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의사는 주사의 주의사항과 부작용을 확인해서 환자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박씨 측은 금지약물에 대해 수차례 주의를 요구했고, 네비도 주사는 주의사항에 도핑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김 원장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안심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이 의료인으로 기본과 원칙만 준수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참사"라며 "하지만 명백한 과실에도 핑계와 책임을 회피하며 현재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금고 10개월과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의 변호인은 "박씨에게 남성호르몬이 사용될 것을 설명했고 약물 리스트를 전해주며 금지약물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특별한 이견을 제시하지 않아 주사를 놓은 것으로 주의 의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씨는 같은 해 9월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18개월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자격정지 기간은 내년 3월 2일에 끝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