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가 없는 간선도로에서 취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차량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건널목이나 인도가 없는 점에서 보행자의 통행을 예측할 수 없었다며 운전자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환승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모(2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사고가 난 도로는 편도 6차로, 왕복 12차로의 간선도로로 횡단보도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다"며 "주변에 보도나 보행로조차 없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사고 장소 도로는 보행자의 통행이 불가능해 부근에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가기 위해 걷거나 서 있으리라고 예견하기 어렵다"며 "운전자가 이례적인 사태까지 대비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어 권씨가 주의를 다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겨울철 어두운 밤이었고, 주변에 가로등도 없었다"며 "피해자는 어두운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어 쉽게 식별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지점의 타이어바퀴 자국의 길이로 추정한 차량의 진행속도는 시속 62.1㎞ 정도로 과속 운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는 사고가 나기 20분 전까지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한 상태로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권씨 차량에 탑승한 동승자들도 피해자가 인근 도로에서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피해자를 발견한 지점이나 사고차량이 정차한 곳, 차량 속도 등에 비춰 발견 즉시 제동장치를 조작했더라도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씨는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근처의 한남대교 북단~남단 방면에서 차량을 운행하던 중 도로에 있던 A(23)씨를 보지 못하고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권씨는 "1차로에 A씨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충돌했다"며 "앞에 가던 차량이 적었고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상태라 차 불빛이 비췄을 때에야 전방에 A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로 인해 3일 뒤 뇌부종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운전자로서 전방 및 좌우를 살필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권씨를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