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의 사건을 잘 봐달라며 수사를 청탁한 경찰서장을 해임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지역 경찰서장 출신 홍모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다만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 취소에 대한 청구는 소 제기 기간이 지났다며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성과의 관계에서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은 성폭력, 성매매 등에 국한되지 않고 배우자 이외의 내연관계 등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도 포함된다"며 "홍씨는 고위직 경찰공무원으로서 2008년 8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이모씨와 부적절한 내연관계를 유지해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를 건설업자에게 소개해주며 도와주라는 취지로 말해 금전거래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며 "이씨의 사기 사건과 관련해 수사 중인 경찰에게 청탁 전화를 하고 재산 신고를 누락하는 등 직위에 비춰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승진 축하를 명목으로 건설업자에게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상당의 식사 대접을 받아 청렴 의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홍씨는 지난 2003년 유부녀와 불건전한 이성교제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고도 또다시 같은 비위를 저질렀다"며 "품위유지 위반의 정도가 심하거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은 경우 중징계 할 수 있어 이 사건 징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방의 경찰서장으로 재직한 홍씨는 지난 2008~2012년 부적절한 내연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2013년 파면됐고 250만원의 징계부가금이 부과됐다.
홍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고, 심사위는 2013년 11월 해임은 그대로 유지하되 징계부가금을 100만원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홍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홍씨는 지난 3월 복직했으나 부적절한 내연관계와 내연녀의 수사 사건 청탁, 직무 관련 향응 수수, 재산 신고 누락 등의 이유로 다시 해임됐다.
홍씨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지난 9월 해임에서 강등으로 처분이 변경됐다.
홍씨는 "이성 간 단순히 사적인 만남을 갖는 것만으로는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직무에 대한 향응을 받지 않았고 사건 청탁이 아닌 공정한 조사를 해 달라는 취지로 문의를 한 것 뿐"이라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