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억원 배임' 강영원 前석유공사 사장 무죄

  • 등록 2016.01.08 16: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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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정유업체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를 부실 인수한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무죄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강 전 사장은 검찰이 해외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기소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하베스트 인수는 한국석유공사법 상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당시 독점협상권과 관련해 기한 내 실사를 처리해야 할 사정이 있었고 인수 포기를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투자자문사인 메릴린치의 실사 결과 및 자산가치 평가를 의심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강 전 사장이 직원들에게 이를 다시 검증하라고 지시할 의무가 있거나 가치평가 업무나 특정 인수금액을 평가하는데 직접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석유공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평가하기 위해 하베스트 자산가치가 인수대금보다 질적으로 낮았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인수대금 사이에 질적으로 불균형한 차이가 없다면 인수 여부는 기본적으로 정책 판단에 대한 것으로 형사상 배임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인수 당시 하베스트로 인해 장래에 중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었고 손실 대부분은 인수 후 사정 변경에 의한 것"이라며 "당시 손해를 인식해 인수를 중단하지 않은 것을 임무 위배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계획의 평가지표였던 '자주개발률' 달성과 관련해 정부기관장 평가를 잘 받고자 부실 인수를 했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의 자주개발률 달성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당시 임기 종료 상황이 아니었고 직전 경영평가 점수에 비춰 매장량 실패만으로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던 점에서 직접 관련이 없고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 인수를 추진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책 판단에 일부 과오가 있다고 평가할 순 있어도 석유공사 조직이 아닌 강 전 사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강 전 사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힘든 재판을 이끌어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유가는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사후적 관점에서 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자원개발은 굉장히 긴 프로젝트로 단기간으로 판단하면 손해로 보지 않을 수 없어 사이클을 길게 봐야 한다"며 "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강 전 사장은 절차를 지키지 않고 독단적인 (인수) 결정을 내렸다"며 "배임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매우 커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석유공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날을 시장 가격보다 5500억원 높은 1조37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자문사가 하베스트 측이 제시한 수치를 원용해 만든 자료를 그대로 믿고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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