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불리며 논란이 됐던 전 서울대 교수의 해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강수경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해임을 취소해달라"며 낸 교원소청심사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서울대에서 학생지도와 연구를 하는 교수이자 과학자로 논문작성 과정에서 과학적 진실성을 추구해야 함에도 연구부정행위로 본질적이고 중요한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며 "엄한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연구부정행위 추방 및 연구윤리 재정립'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어렵고 한국 과학자나 서울대에 대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교신저자(책임저자)이자 최종편집자인 강 전 교수가 연구데이터의 선정, 최종 편집, 원고 작성, 학술지 투고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며 "연구데이터의 정확성에 대한 증명은 과학 논문 저자에게 있는데 현재까지 원본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학논문의 데이터 진실성은 외부에서 검증하기 쉽지 않아 데이터 자체가 조작된 경우 사실임을 전제로 하는 다른 과학자들의 후속 연구가 무산되는 등 과학계 전체가 큰 피해를 입는다"며 "데이터를 중복 사용해 고의로 위조하는 등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허위의 논문을 작성, 발표한 데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과거에도 수회에 걸쳐 같은 논문 내 특정 데이터를 중복 사용하는 등 여러 편의 논문을 위·변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연구부정 행위를 저질러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변조된 소명자료를 제출하거나 함께 저술한 연구원을 협박하는 등 조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며 "서울대총장이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전 교수는 2012년 국제 학술지 등에 게재된 14편의 논문에서 연구데이터를 위·변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서울대 수의과대학은 그해 5월 강 전 교수의 논문에 대한 연구윤리 위반 의혹에 대해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서울대총장에게 "논문 14편의 연구결과 조작을 주도한 연구부정행위가 있고 조사위원회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며 징계위원회 회부를 건의했다.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는 2013년 3월 교원으로서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강 전 교수의 해임을 의결했다.
이에 강 전 교수는 같은 해 4월 해임을 취소해달라며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전 교수는 "다른 교수들도 논문에 동일한 문제가 많은데 형평에 반한다"며 "고의로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았고 연구생들이 주도해 작성한 실험결과와 데이터를 일일이 검토하기 어려워 오류를 시정하지 못한 경미한 과실이 있을 뿐 해임은 지나치게 무겁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