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일상회복 기대감에 따라 전환 전부터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유행이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신 미접종자, 이른 시기에 접종한 고령층 감염도 늘었다.
다만, 단계적 일상회복 취지에 맞게 확진자 증가보다는 중환자와 사망자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0대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한편, 고위험시설 대상 추가 접종(부스터샷) 간격을 한 달 앞당기기로 했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인 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2667명이다.
지난 이틀간 1685명, 1589명이었던 일일 확진자 수는 평일 검사량 증가 영향 등에 하루 새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31일 2061명 이후 사흘 만에 2000명을 넘었으며, 역대 네 번째로 많은 일일 발생 규모다.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를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국내 발생 하루 평균 확진자는 2030.4명으로, 전주(10월21~27일) 1439.0명보다 591.4명(41.1%) 증가했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기대감이 상승하면서 이동량이 늘어 유행 규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통계청으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24일 일주일간 전국 이동량은 2억4364만건으로, 전주(10월11~17일)보다 872만건(3.7%) 늘었다. 일상회복 전환 직전인 10월25~31일에는 전주 대비 532만건(2.2%) 늘어난 2억4897만건을 기록했다. 구글을 통해 확인한 소매·여가시설 이동량도 늘어났다.
정통령 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유행 증가 원인에 대해 "10월18일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사적모임 제한을 완화했다. 최근 1~2주간 구글 이동량 지표도 높아진 경향이 있다"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이동량이 (유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따라 방역수칙이 완화되고, 모임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이번 주에 일일 확진자가 2000명대 중반까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상회복 기대감과 함께 접종 기회가 적었던 10대 소아·청소년 감염, 이른 시기에 접종을 마친 고령층의 돌파감염이 현재 유행세를 주도하고 있다.
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2667명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은 760명(28.5%), 19세 이하는 662명(24.8%)이다. 두 집단이 신규 확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60세 이상 일일 신규 확진자 증가세는 지난달 30일(607명)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이날 다시 급증하면서 일주일간 하루에 567.9명이 발생했다.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은 8월부터 집단 발생 160건, 총 242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접종 완료자 돌파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19세 이하 확진자도 일주일간 하루 482.7명이 나오는 등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학생층이나 저연령층은 원천적으로 접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행이 커지는 현상이 동반되고 있다"며 "60대 이상은 예방접종 받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면역효과가 떨어지는 현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따라 정부는 단순히 확진자 발생 억제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예방접종으로 확보한 면역효과를 바탕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의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중환자와 사망자 예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10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추가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접종을 권하는 당국의 기대와 달리 소아·청소년층의 접종 사전예약률은 저조하다. 3일 0시 기준 12~15세 접종 사전예약률은 28.4%다. 지난달 29일 종료된 16~17세 사전예약에 전체 대상자 65.4%가 참여한 것과 대조된다.
일각에서는 접종 후 이상반응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불안감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더해 기저질환이 없었던 고3 학생이 접종 후 75일 만에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손 반장은 "예방접종 (이상반응)으로 신고 들어오는 부작용은 전문가 위원회에서 객관적으로 심의하고, 대부분 접종과 별개의 사망이나 피해로 판정된다"며 검증 과정을 믿고 정부가 전하는 정보를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요양병원·시설 등 취약시설에 입소자와 종사자의 추가 접종 간격을 6개월에서 5개월로 4주 앞당겼다. 감염 시 중증·사망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단, 그 외 대상에 대해선 6개월(얀센 접종자와 면역 저하자는 2개월) 간격을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