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예방접종을 끝낸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 백신의 효과가 없다는 불신이 퍼지는 등 방역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예방접종만으로 감염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어 접종자가 늘어날수록 돌파감염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증과 사망 예방효과는 여전히 높다고 재차 강조했다.
1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접종 완료자 3310만8428명 중 돌파감염이 추정되는 이들은 2만8293명(0.086%)이다. 접종자 10만명당 88.5명이 돌파감염으로 의심되는 것이다.
월별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증가세다. 지난 4월 2명에 불과했던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5월 7명, 6월 116명에 이어 7월 1180명으로 급증했다. 8월 2764명, 9월 8913명, 10월 1만5311명 등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돌파감염 추정 사례가 증가하자 일각에선 백신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효과 없는 백신을 왜 접종해야 하냐" 등의 반응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이 감염을 100% 예방할 수는 없는 만큼 접종자가 늘면서 돌파감염 비중도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도 "접종 후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가 조금씩 떨어진다"며 "데이터를 보면 접종 4~6개월 후에 방어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3월에 접종하신 분들의 방어효과가 점차 감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돌파감염 추정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 국민의 77%가 접종자, 23%가 미접종자로, 접종자 분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백신 감염 예방효과가 100%가 아닌 만큼 접종률이 올라갈수록 감염 사례도 접종자 중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에도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나오자, 당국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조사된 접종 효과 분석을 들어 접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접종하지 않은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시 접종 완료자보다 위·중증 위험이 22배, 사망 위험이 9.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서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26일부터 10월2일까지 18세 이상 내국인 4398만여명 중 미접종군과 완전접종군의 주차별 감염 발생률을 비교해 접종 효과를 평가한 것이다. 여기서 미접종군은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않았거나 1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지 않은 이들, 완전접종군은 백신별 권장 횟수 접종 후 14일이 지난 이들을 말한다.
미접종군과 완전접종군 나이를 표준화해 분석한 결과 9월 5주차 미접종군 감염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5.69명이었다. 완전접종군 감염 발생률(인구 10만명당 2.13명)보다 2.7배 높았다.
미접종군의 위·중증 진행 위험은 인구 10만명당 0.22명 수준으로, 완전접종군(10만명당 0.01명)보다 22배나 높았다. 인구 10만명당 사망 위험은 미접종군(0.029명)이 완전접종군(0.003명)보다 9.4배 높았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7개월간 전체 중증화율은 1.93%지만, 미접종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2.93%, 접종 완료자의 중증화율은 0.56%"라며 "중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80세 이상에서 미접종 확진자 중증화율이 27.41%, 접종 완료 확진자 중증화율이 8.32%로 큰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들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이 지난 1~9월 미국 9개 주 의료기관 187곳에서 코로나19 유사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 6328여명을 분석한 결과 예방접종하지 않은 코로나19 완치자 1028명 중 7%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나이, 지역, 코로나19 유행 정도 등을 고려해 재분석한 결과 미접종 완치자들의 재감염률은 접종자 돌파감염률보다 5.49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다만 기본접종 완료 이후 접종 효과가 줄어들면서 위·중증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고위험군은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방접종으로 중환자가 줄은 건 사실이지만, 우한에서 나온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백신을 접종했고, 델타 변이 돌파감염으로 중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령층, 만성병 환자는 추가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