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이훈 조각가가 오는 21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혜화아트센터에서 ‘삶 꿈에 관계하다-A big apple’라는 개인전을 갖는다.
이훈 작가는 지난 1991년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가져왔으며 2023년 광장 조각회 정기전 등 다수의 그룹 및 단체전을 가져왔다.
조각가 이훈은 이번 개인전에 대해 “삶은 항상 변화와 불안정한 일상의 연속이고 문제 해결의 연속이지만 자아를 찾아가며 순간순간을 이어가는 연속적 순환의 삶을 살아가지만 나의 존재는 언제나 불안정하며 꿈에 의지하여 현재를 살아가려는 의지요 희망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즉 내 자신이 기억하고 익숙한 대상의 인물, 소년의 얼굴, 몸, 사과, 집 등을 형상화하고 이미지화하여 결합하고 불안전하고 생경하지만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처럼 보이도록 데퍼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을 차용하며 불안정 시대 삶을 조형화하며 감수성을 자극하고 소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조각가 이훈의 작품 세계는 젊은 시절부터 이순(耳順)의 경지에 이른 오늘날까지 다름을 다양한 방식으로 말해 왔다. (김동훈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동훈 교수는 “이훈은 추상에서 구상을 넘나들며 작업해 온 작품들 속에서 필자가 일관되게 발견하는 이런 다름의 메시지 중 하나는 불안”이라면서 “정치적 격동의 역사를 견디고 살아내면서 느꼈던 여러 감정, 분노와 공포나 불안 같은 감정이 그의 초기 추상 작품 속에서 오롯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반면 일상의 삶에 더욱 집중하는 최근 작품들에서는 시대의 모순에 대한 분노나 걱정은 많이 사그라든 느낌이 든다는 것이 김 교수의 평이다.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번영을 이루어 낸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 악에 대한 분노와 그에 맞서 투쟁하며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나 까닭 모를 불안이 많아 잦아든 탓일 거라는 설명이다.
이훈 작가의 최근 작품들에서는 작가의 말처럼 데페이즈망 기법이 엿보인다. 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섬뜩함을 표현하기 위해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김동훈 교수의 평이다.
김동훈 교수는 “불안과 희망은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의 일상에 깃들여 있는 근본 정서다. 따라서 불안과 희망의 결합체로서의 일상의 진리는 언제나 우리를 낯설면서도 익숙한 섬뜩함으로 이끈다. 따뜻한 시선을 통해 이러한 섬뜩함을 표현해내는 것. 이것이 필자가 조각가 이훈의 작품 세계에서 찾아낸 조형 언어의 중요한 특징이다”라고 강조한다.
조각가 이훈은 이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아 온 정든 모교를 떠나면서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한다. 이 전시회가 새로운 길을 떠나는 이훈 조각가에게 힘찬 출발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