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원전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민간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양국의 수출통제 관리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양국 협력이 최근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두고 미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불거진 갈등 해결에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향후 벌어질 관련 분쟁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봤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통상부는 미 에너지·국무부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 같은 내용의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에 가서명했다.
양국이 낸 공동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측은 원자력에 대한 최고 수준의 비확산을 비롯한 원전 안전조치와 핵안보 기준을 유지하자는 상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같은 협력 의지를 발판으로 양측은 기후변화 대응과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 핵심 공급망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성과는 그동안 양국이 구축한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앞으로 양측은 해당 MOU를 최종 검토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서명 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 간 원전 수출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양측은 해당 MOU를 최종 검토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MOU는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산업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 협력 내용이 미 웨스팅하우스와 분쟁과 관련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엄밀히 말하면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기업들이 수출 통제 관련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서로 협력하는 절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유사한 상황이 불거졌을 때) 예방하는 차원에서 상당히 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미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이 같은 장치들이, 현존한 (체코 원전 수주를 둘러싼 갈등 등) 이슈를 해결할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환경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갈등 해소를) 유도하고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미 우호적인 관계에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핵 비확산과 원전을 평화적으로 이용하자고 협력하는 것에는 정부 간 신뢰가 중요하다"며 "기업에도 정부가 보여준 (한미 간) 신뢰와 원칙 등에서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 대선을 앞둔 만큼 정권이 바뀌면 협력 내용이 유효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양국 정부 간에 신뢰를 토대로 가서명한 것"이라며 미 대선 결과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다.
이어 "공식 서명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며 "정확한 시점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연내에는 어렵다. 다만 최대한 빨리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웨스팅하우스 등 자국 기업의 이익이 걸려있는 이슈에서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재차 제기되자 "원전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는 대원칙에 미국 기업의 이익이 대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번 MOU를 기반으로 양국 산업에 수십 억 달러의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수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공급체인 규모가 굉장하다는 점, 경수로는 물론 소형모듈원전(SMR) 등 관련 시장이 열린다는 점, 인공지능(AI) 등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로 원전 문제가 현안이 된다는 점 등을 토대로 산정했다. 상업·경제적 효과가 지대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향후 미 웨스팅하우스가 또 딴지를 걸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있는지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 마다 수출 통제 메카니즘이 있다. 여기에 기업 수출 통제를 한다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강력한 규제가 들어간다는 것"이라며 "상당히 규제적인 성격인 만큼 양국이 긴밀하게 소통하며 이런 우려나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