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최근 집값 상승 피로 누적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첫째 주(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상승해 지난주(0.08%) 대비 상승 폭이 축소됐다. 서울 집값은 33주 연속 상승세지만 오름폭은 지난 10월 둘째주(0.11%) 이후 3주 연속(0.09%→0.08%→0.07%)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계속되는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매매 수요자들이 거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7월 9098건에서 ▲8월 6411건 ▲9월 3045건으로 급감했다.
거래가 막히면서 매물은 점점 쌓이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같은날 기준 8만8202건으로 1년 전(7만9404건) 대비 11% 증가했다.
이 와중에 정부가 내달부터 서민 대상 주택구입자금용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 한도도 줄이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전반적인 관망세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토부는 내달 2일 신규 대출 신청분부터 수도권 아파트 디딤돌 대출 가능 한도를 최대 5500만원까지 줄이고, 신축 미등기 아파트에 대한 '후취담보' 대출도 제한한다고 밝혔다.
비록 디딤돌 대출은 5∼6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자금을 매개로 해당 주택의 매도자가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하며 연쇄적으로 서울 인기지역 집값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정부가 정책대출 규제에 나선 것이다.
또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으로 가계대출을 죄는 와중에 국토부는 디딤돌·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을 늘려오면서 부처 간 엇박자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올해 들어 9월까지 집행된 디딤돌대출은 22조250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1196억원)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에 나가 있는 디딤돌 대출 비중 자체가 전체의 50% 정도 되기 때문에 (수도권만 규제하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 일부 적용이 유예되는 곳들을 감안하면 약 3조원, 내후년께 해당 조치가 완전히 시행되면 약 5조원 내외로 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당장 5000만원 내외의 자금을 받지 못하게 된 실수요자들이 수도권 '내 집 마련' 계획을 당분간 미루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더욱 감소하고 집값 상승 폭도 축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강남3구 등 주택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및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규제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디딤돌대출을 규제한다고 주택시장과 가계부채가 안정될까 의심스럽다"며 "디딤돌대출이 가능한 주택 가격은 5억원까지인데 서울에는 5억원 이하 아파트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정도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거나 지방인데 계속 반복되는 정책 잘못이 부동산 시장을 더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