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관세 담판을 위해 이번 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연이어 15%의 상호관세 적용에 합의한 가운데, 관세 발효를 하루 앞두고 한미간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 첫 통상 협상의 성패에 따라 올해 0%대로 전망된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는 관세발효 하루 전인 오는 31일(현지시간) 베선트 장관과 만나 막판 협상에 나선다. 이번 회담은 기존에 추진했던 '2+2' 형식이 아닌 '1+1' 회담으로 진행되는데, 사실상 최종 담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7월 말에는 내년도 세법개정안이 발표되는 만큼 구 부총리는 새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을 최종 검토한 후 30일 출국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방미는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2+2 통상협의 일정이 미국 측에 의해 돌연 취소된 후 재조정된 것이다. 통상을 담당하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2일부터 현지에서 협상을 이어갔다.
구 부총리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과 함께 지난 25~26일 이틀간 통상대책회의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이 주문한 '국익 중심'의 협상을 위한 막판 조율을 진행했다.
일본, EU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막판 협상 타결로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춘 만큼, 우리나라도 극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상호관세와 자동차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미 투자 5500억 달러와 농산물·자동차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EU 역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가로 미국산 에너지 제품 7500억 달러를 구매하고, 대미투자를 6000억 달러 확대하기로 했다. 대규모 군수 물자도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이 지금까지 영국, 일본, EU에 적용한 관세율은 15%로 동일하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19%, 베트남은 20%가 적용됐다.
정부는 현재 25%인 한미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품목관세율을 마지노선인 15% 내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대가로 우리 측의 협상카드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비관세 장벽 완화, 조선산업 협력 강화, 알래스카 등 대미 투자,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이 거론된다. 그동안 '레드라인'이었던 쌀과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구 부총리와 같은 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해 안보 카드까지 총동원한 협상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 협상 결과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직접적으로 좌우할 전망이다. 미국의 기존 25% 관세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 방어에 실패하고 추가로 하향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4%포인트(p)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도 일본과 동일한 수준의 15% 관세가 부과되면 지난 5월 전망한 올해 성장률 0.8% 수준이 될 거라고 진단했다. 15%가 넘는 관세가 부과되면 기존 전망보다 더 하향조정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