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회사에 제일 충성하는 건가요"

  • 등록 2015.05.01 13: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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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회사에 제일 충성하는 건가요"

광고·홍보 대행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한모(29·여)씨는 늘 다른 직원들이 퇴근한 뒤에야 퇴근했다. 그의 퇴근 시간은 오후 10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비정규직 꼬리표만 떼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업무 부담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업무 부담과 지나친 경쟁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그는 결국 입사 1년6개월여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씨는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회사는 하루하루가 전쟁터 같았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술자리 역시 부담스러웠고, 몸이 아파도 눈치가 보여 휴가도 제대로 못 쓰고 결국 몸도 마음도 망가져 퇴사를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2. 중소의료기기 업체 신입사원 최모(30)씨의 자취방은 잠만 자는 곳으로 바뀐 지 오래다.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사원증과 명함을 받았다는 기쁨도 잠시.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와 살인적인 업무 강도, 거래처 '갑'들과 매일 반복되는 술자리 탓에 사나흘은 만취 상태로 귀가한다. 

술자리를 마친 뒤에도 밀린 업무를 끝내기 위해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경우도 일상이 됐고, 심지어 남들이 쉬는 주말에도 출근하기도 한다. 

최씨는 "제때 하지 않으면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잦은 술자리 때문에 매일 야근"이라며 "이미 지칠 때로 지쳤는데 정규직 전환을 위해 참고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자신의 생활방식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 등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하고 있지만, 웬만한 중소기업들에게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다.

특히 비정규직이 많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경쟁력이 낮다 보니 직원들에게 충분히 급여나 근로 조건을 제공하기가 어렵고, 갈수록 노동환경은 열악해지고 있다. 또 대체 인력이 없다보니 야근을 수시로 하고도 몸이 다치거나 병이 나도 제대로 보호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의 근속연수도 점점 짧아지고,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허덕이면서 갈수록 노동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의 근속기간이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일 '알바천국'이 1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 290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5 중소∙중견기업 채용계획 및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했던 직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4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0대 그룹 계열 대기업 근속년수인 9.7년(CEO스코어 조사 결과)의 약 4분의 1수준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취업자의 근속년수 분포도를 살펴보면 '1년 이내(27.9%)'구간이 가장 많았다. 이어 ▲2년 이내(20.0%) ▲3년 이내(16.6%) ▲6개월 이내(16.2%) ▲5년 이내(9.7%)순으로 주로 단기간 구간에 집중됐다. 

또 임금 부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 보고서(김복순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300인 미만 사업체 기준) 직원의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300인 이상 사업체 기준) 직원의 56.7%에 머물렀다. 이는 대기업 직원이 100만원을 받을 때 중소기업 직원은 56만7000원을 받는 셈이다. 

시간당 임금이 가장 높은 근로자는 대기업 정규직(시간당 2만1568원)이 가장 높았고, 이어 ▲대기업 비정규직(1만4257원) ▲중소기업 정규직(1만2828원) ▲중소기업 비정규직(8779원) 순으로 나타났다. 

월 근로시간 209시간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대기업 정규직은 평균 450만원 ▲대기업 비정규직은 297만원 ▲중소기업 정규직은 268만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183만원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자 근로자 등 취약노동계층은 저임금이나 고용 불안 등 좋지 못한 근로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노사관계 속에서 사용자 측에서는 자발적으로 근로자 처우개선에 대한 노력을 하기가 어려운 만큼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자 측을 계도하거나 정규직 전환 시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조치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노동자 스스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가 어려운 만큼 정부가 나서서 법이나 정책 등으로 취약노동계층이 보호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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