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초순께 양화대교에서 투신자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강경찰대 이용칠(41) 경사는 다리 밑에서 투신자가 아닌 철근과 마주쳤다.
시야가 한 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철근이 경사의 허벅지를 스쳤다. 잠수복이 찢어지고 살갗이 철근에 긁혔다. 더듬더듬 만져보자 이끼가 덮인 기다란 철근과 H빔, 콘크리트가 만져졌다.
잠수를 마치고 올라온 이 경사는 다른 곳보다 유독 양화대교 12번과 15번 교각 밑에 철근과 콘크리트 등이 많은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한강경찰대 장일영 대장은 양화대교 밑에 쌓인 물체들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한강경찰대는 열흘간 7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양화대교 밑을 수색하고 촬영했다.
순찰정의 수심 측정기로 양화대교 12번과 15번 교각 사이 측정하자 수심이 4m 나왔다. 보통 양화대교 인근 수심은 12m다.
이 경사는 "양화대교는 마포대교와 달리 투신자가 많지 않아서 다리 바로 밑을 샅샅이 수색할 일이 없어 공사가 끝난 2년 뒤까지 폐기물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 대장은 "한강도 바다처럼 밀물과 썰물이 있어 썰물 때는 수심이 1m 가량 낮아진다"며 "양화대교는 유람선이나 요트가 많이 지나가는데 바닥에 쌓인 철근이 여객선 바닥에 부딪힐 위험성이 있어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한강경찰대가 수색한 영상 등을 토대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24일 수사를 시작했다. 양화대교 밑에 쌓인 폐기물도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한달간에 걸쳐 건져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를 하면서 공사 폐기물을 한강 바닥에 그대로 매립한 정황을 포착하고 공사 업체와 실무자 등을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A개발 대표 김모(56)씨와 크레인 기사 2명은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철근과 콘크리트 등 공사 폐기물 33.95t을 한강 바닥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양화대교 공사를 하면서 하도급 건설사로부터 공사 수주 대가로 3억원을 받은 대형 건설사 H사 전 현장소장 박모(58)씨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