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장애인들이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25일 오전 10시40분께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터미널 2번 승차장 부근에서 시외 이동권 예산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센트럴시티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전장연은 고속버스 1번 승강장으로 이동해 "고향으로 내려가시는 시민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자"며 떠나는 고속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던 도중 2번 승강장 근처에서 전장연의 박옥순 사무총장이 "불법 채증을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질렀다.
카메라를 들고있던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박 총장은 이내 바닥에 쓰러져 머리에 고통을 호소했다.
근처에 있던 한 사람이 "경찰이 밀쳐 넘어진 탓에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며 소리를 질렀고, 모여있던 전장연 회원들은 흥분했다.
박 총장이 쓰러져있는 가운데 경찰과 전장연 사이에 고성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전장연 회원들은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경찰이 밀쳐서 사람이 다쳤다"고 고함을 질렀다.
경찰이 방패막으로 막아서자 장애인들은 한층 흥분했다. 한 장애인은 전동 휠체어로 경찰의 방패막을 밀면서 항의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오전 11시께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박 총장은 허리와 머리에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경찰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전장연 회원들도 "채증을 한 경찰이 직접 와서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나가던 60대 여성 A씨는 "몸도 불편한데 인사는 왜 나왔느냐. 몸 조심해야한다. 다치면 안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 관계자는 "손을 흔드는 모습은 이미 전장연 측에 찍겠다고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였다. 전장연 측에서도 동의했다"며 "이후 사진기를 들고 있었는데 찍었다고 오해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경찰이 박 총장을 밀쳤다는 것에 대해서는 "해당 경찰은 혼자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양 쪽의 말이 다르니 주변 블랙박스 영상 등을 가져다 살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구급차로 옮겨 상태를 살핀 박 총장은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걸어나왔다. 박 총장이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습을 보인 후에야 1시간 가까이 계속된 대치 상태는 어느정도 마무리됐다.
한편 앞서 전장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2시부터 5시가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표를 끊고 버스를 타고자 했지만 탈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버스를 탈 수 있는 사람과 탈 수 없는 사람들이 나눠진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책임을 다해야하는 국가와 버스회사는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지난 24일 오후 2시55분 당진행, 오후 3시10분 논산행, 오후 3시20분 남원행, 오후 3시30분 익산행 버스 티켓을 구매하고도 타지 못하자 센트럴시티에서 밤을 지새며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