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으로 거래한 꽃값을 회계처리 하지 못해 논란을 빚은 이인재 전 경기 파주시장이 4억원이 넘는 공금을 횡령했다는 비공식 감사자료를 확보했다.
감사자료에는 이 전 시장 재임시절 경리팀장으로 근무한 직원들이 이 전 시장의 가족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 이 전 시장에게 매달 수백만원씩 현금을 인출해 비서팀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인들의 식당에서 이른바 '카드깡'을 하거나, 격려금이나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 등으로 3억원이 넘는 돈을 충당했다.
또 한 직원은 자신의 명의로 수천만원을 대출 받아 변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주시 감사실 관계자는 "비공식으로 감사를 거쳐 해당 감사자료를 작성한 것은 맞다"면서 "보고용으로 만들어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 관련 절차를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시장이 지시하는데 어떻게 거절하나"
파주시가 비공식으로 감사한 자료를 보면 2010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 전 시장이 취임한 이후 같은 해 11월에 인사발령난 당시 A경리팀장은 다음해 1월 장모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 매달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인출했다.
A팀장이 인사발령이 된 2012년 10월까지 모두 40여차례에 입출금 거래가 이뤄졌고 마이너스 통장에는 2949만원의 빚이 남겨져 있었다.
A팀장의 후임으로 온 B팀장도 친형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현금을 찾아 비서팀 등에 전달했다.
B팀장의 경우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시장이 바뀌자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2500여만원을 변제하고 해당 계좌를 해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B팀장은 부당한 지시에 괴로움을 호소하며 명예퇴직을 시에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시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수시로 현금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자료에는 이들이 2011~2014년 동안 모두 3억6480만원을 인출해 3억5158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법인카드로 214차례에 걸쳐 1억원 가량을 이른바 '카드깡'으로 마이너스 통장의 빚을 갚거나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기관운영업무추진비와 시책업무추진비를 빼돌리는 방법으로 돈을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시장 부인도 시청 법인카드에 공용차량 '혜택'
이 전 시장은 자신의 부인에게도 2012년 9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시청 법인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이 전 시장의 부인은 이 기간 동안 고급 일식집이나 쇼핑센터 등에서 42차례에 걸쳐 581만9000원을 사용했다.
또 이 전 시장의 재임기간 동안 부인은 공용차량은 물론 기사까지 배정받아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거나 행사 등 사적인 용도로 349차례에 걸쳐 모두 4만6220km를 운행해 시 예산 567만원을 낭비하기도 했다.
◇외상으로 거래한 화환대금도 공무원이 대출받아 갚기도
이 전 시장이 외상으로 거래한 꽃값을 회계처리 하지 못해 담당 공무원 2명이 대출을 받아 변제한 내용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재임기간 동안 P농원에서 시에 납품한 꽃값은 모두 8900만원으로 4200만원만 갚고 나머지 4600여만원이 빚으로 남았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 다르게 담당 공무원들이 제때 회계처리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 전 시장이 규정에 어긋난 곳에 화환이나 난을 보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 관할 구역 유관기관의 장이 아니면 화환이나 화분 등을 보낼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경기도청이나 검찰청 등 인사이동에 28차례에 걸쳐 139만원 상당의 축하난을 보냈다.
또 개인적 친분에 따라 590여 차례에 걸쳐 5836만원의 화환과 화분을 보냈다.
감사과정에서 이 전 시장의 재임기간 중 청사 내 실내조경 시설물 유지관리비를 31차례에 걸쳐 8161만원을 P농원에 지급하면서 실제 물량보다 더 많이 산정해 3000여만원을 다른 용도로 대금을 지불하는 등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이 전 시장에 대한 비위 등 잡음이 끊임없이 들려와 비공식적으로 감사를 진행하게 됐고 해당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모두 마친 결과보고 자료"라며 "인사권자인 시장이 요구하는 것을 쉽게 거절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시장은 이재홍 파주시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자료를 공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전화통화에서 "어떤 지자체장이 현금을 찾아서 유용을 하는 무리한 행동을 하겠느냐"며 "직접 현금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고 대부분 행사장에서 격려금 차원으로 비서팀이나 담당 과장 등이 현장에서 준 것을 건네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시장이 할 일이 없어서 화환이나 화분을 하나하나 지시하겠느냐"며 "부인이 사용한 법인카드나 공용차량도 모두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1년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런 내용이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일종의 물타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명예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앞으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