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 교민 피살사건 조사를 위해 파견됐던 경찰이 용의자가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특정했다.
경찰청은 필리핀에 파견된 수사 전문가 4명이 사건 현장에서 약 4㎞ 떨어진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에서 흰색 SUV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특정, 현지 경찰에 알렸다고 25일 밝혔다.
이와 함께 사건 현장에서 필리핀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탄피 2개와 실탄 1개를 추가로 확보했으며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미등록 불법제작 총기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사건이 공사현장 임시 숙소에서 발생한 점 등을 토대로 단순 강도 뿐 아니라 불특정인에 의한 청부살인 가능성도 있음을 필리핀 경찰에 알렸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인 사업가 조모(57)씨는 20일 오전 1시30분께(현지시간) 필리핀 바탕가스 주 말바르 시 건설현장 기숙사에서 4인조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괴한들은 흰색 SUV 차를 타고 기숙사를 침입했다. 이 중 2명은 소음기가 달린 권총, 다른 한 명은 22구경 소총을 들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침실로 들어가 조씨의 입을 막고 제압했다. 이후 집에 있는 끈으로 가정부 포함 셋의 손발을 묶고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만 페소(한화 25만원 상당)를 건네받은 용의자들은 다시 기숙사 내부를 뒤진 뒤 전기밥솥 등을 가져갔고 잠시 후 1명이 다시 들어와 45구경 권총으로 조씨의 팔과 가슴 등에 6발을 발사했다. 4발은 몸을 관통했고 2발은 조씨의 시신에 남아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경찰은 애초 단순 강도살인에 무게를 두었는데 파견팀이 청부살인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해 모든 가능성을 두고 수사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다 넘겨주고 왔다"며 "청부살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아니다. 용의자를 검거해야 사건이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