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만 있어줬으면"…매년 실종아동 20명은 '영구 실종'

  • 등록 2015.12.26 11: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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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자 줄지만 장기실종 아동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

12월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8년 전 같은날 실종됐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故 이혜진(당시 11), 우예슬(9) 양의 8주년 추모제가 열렸다.

지난해 혜진 양의 아버지 이창근씨가 53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중단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이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로 구성된 이들이 모여 이들을 추모하는 자리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당일부터 주말까지 연달아 사흘을 쉬는 황금연휴까지 겹쳤다. 8년 전인 2007년 12월24일도 주말과 25일 휴일 사이에 낀인 징검다리 연휴였다. 이날 혜진·예슬 양은 함께 놀러 나갔다가 납치돼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당시 우 양의 부모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전국에 실종 전단지를 뿌리며 공개수사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우 양의 부모는 다음날 자정께가 되서야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했다.

당시 해당 사건은 온 나라를 떠들석하게 했지만 시간이 지나 점점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조병세(54)씨도 아들을 잃어버린 실종자 가족이다. 지난 1995년도 6월16일에 5살된 하늘이를 잃어버린지 올해로 20년째. 부부는 "살아있다면 올해로 25살인 하늘이의 어엿한 성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가족들의 기억은 아직도 5살 때에 멈춰져 있다.

조씨 부부의 사연은 더 기구하다. 조씨의 부인 오제환(57)씨는 미아가 되물림 된 격이다. 오씨는 8살 때 집을 잃어버려 보육원에서 자랐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들 만큼은 부모 품에서 구김살 없이 키우고 싶었다.

조씨 부부는 아직도 아들이 집으로 돌아올꺼라고 굳게 믿고 있다. 재개발 문제로 옆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지난 20년간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이사도 하지 않았다.

당일 파출소에 신고했지만 주말이 끼면서 3일 지난 뒤에야 정식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하늘이에 대한 제보는 언제부턴가 뚝 끊겼다. 그래도 가족들은 하늘이가 언젠가는 꼭 돌아올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조씨는 "뭘해도 좋으니 (하늘이가)곁에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온 나라가 소란스럽지만 반대로 아이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가정도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1월30일 현재 전국에서 실종신고된 18세 미만 아동은 1만8130명. 지난해(2만1591명)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지만 매년 평균 2만명 이상이 신고되고 있다.

아동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두 시간 안에 80%가 발견되고, 이틀 안에 90%, 한 달안에 99.9%를 찾는다고 한다. 상습 가출 청소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하루 이틀 안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미귀가 신고가 들어온지 48시간을 넘기면 장기실종자로 구분한다. 전체 실종신고된 건 수의 0.1% 가량이다. 이런 장기실종자는 지난 2011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총 594명에 달한다.

실종 아동의 대부분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최소 몇개월에서 몇십년까지 연락이 끊긴 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실종이 장기화 될수록 가족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관련 단체에서는 실종 후 3시간을 아이를 찾을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그 시간을 넘기면 찾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경우 성인보다 교통사고, 납치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실종아동으로 신고된 건수는 줄고 있지만 미발견돼 장기실종으로 남는 건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아동 실종접수 건수는 2011년 2만8099명에서 2012년 2만7295건, 2013년 2만3089건, 2014년 2만1591건, 2015년(11월 말일 기준) 1만8130건으로 감소했지만 미발견 건수는 2011년 21건에서 2012년 56건, 2013년 63건, 2014년 64건, 2015년 252건으로 증가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경찰은 "지난 2005년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장기 아동실종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장기실종 아동은 경찰에 신고가 늦어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납치, 유기 외에도 가출하거나 길을 잃은 실종 아동을 경찰관서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실종자 관련 단체는 연말연시 주변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아동이 없는지 관심을 기울여봐달라며 주변인의 적극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혜진·예슬양의 죽음은 전국적으로 폐쇄회로(CC)TV와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설치되는 계기가 됐지만 정작 이들은 점차 잊혀지고 있다"며 "연말을 맞아 실종자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달라"고 전했다.


강신철 kimm1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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