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의 한 주택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이 사망하게 한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30일 춘천지법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춘천1형사부(부장판사 심준보)는 현존 건조물 방화 치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이모(42·여)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검찰은 1심에서 선고받은 무기징역의 형이 가볍다며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면제를 먹이고 불을 지르는 등 참혹한 범행을 철저히 사전에 계획해 냉혹하게 실행하고 수사에 혼선을 초래한 점 등으로 보아 극형으로 다스려 법질서의 엄정함을 보여줄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객관적 증거가 확보된 이후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전과가 없는 점,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최소한 인간으로서 죄책감은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사회에서 격리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4년 12월29일 양양군 현남면 정자리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박 모씨(당시 39세·여)와 큰아들(13), 딸(9), 막내아들(6)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 초등학교 학부모회 모임에서 만나 가깝게 지내던 이씨는 박씨에게 빌린 1800만원을 갚지 못해 상환 독촉을 받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사건 당일 휘발유와 수면제를 미리 준비한 뒤 박씨의 집을 방문해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일가족에게 먹여 잠을 재운 뒤 불을 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숨진 박씨의 남편 이모(44)씨는 교통사고 요양중으로 다행히 참사를 피했다. 이씨는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두 달여만에 깨어났지만 후유증으로 뇌병변진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