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재계 2·3세...삼성 이부진·서현 자매, 한진 조현민 '관심집중'

  • 등록 2017.04.02 10:19:31
  • 댓글 0
크게보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재벌가 후계구도 관행상 딸이 경영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등 재계에서 여성으로서 경영 일선에 참여, 구체적 성과를 기록하며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인사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장경색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갑작스런 구속 이후 사실상 총수부재 속에서 이부진·서현 자매 삼성가(家) 딸들이 보여주고 있는 위기관리 및 경영 능력 등 우먼파워가 예사롭지 않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그룹의 호텔과 패선사업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그룹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각자 맡은 경영에 온 힘을 쏟으며 본격적으로 여성경영인의 DNA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리틀 이건희' 재계 여성 오너로 '우뚝'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삼성가의 맏딸인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이다. '리틀 이건희'라는 별칭이 붙은 이 사장은 이미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오너가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사장은 지난달 24일 호텔신라 주총에서 2011년 대표 자리에 오른 뒤 두 번째 사내이사로 연임되며 책임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그룹이 필요할 때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삼성가 오너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여성 오너로서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최근 "올 들어 대내외 환경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면세점 업계는 신규면세점 증가에 따른 경쟁심화로 수익성 확보와 성장에 어려움이 가중됐고 시장 재편이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수익성 역시 저하될 것"이라고 진단, 적극적 대응전략을 펴 나갈 것임을 예고한바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눈꼬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사업권 획득에 이어 한국전통호텔 건립에서도 일등공신으로 능력을 맘껏 발휘하면서 '승부사'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역할 커진 이서현…패션부문 수장 책임경영 드라이브

 이서현 사장도 그룹 위기상황에 촉각을 곧추 세운채 흔들림없이 정상 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장은 긴장감을 갖고서 경영 보폭을 조금씩 넓히는 모양새다.

2002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 사장은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오르며 그룹 내 패션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업부문을 총괄하게 됐다는 점에서 역할과 권한, 책임은 이전보다 더욱 커지게 됐다는 게 삼성 안팎의 평가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으로 합병된 패션부문은 이 사장의 단독 체제로 운영하며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해외 사업을 본격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 사업을 접고 상품군별로 세분화했던 브랜드 통합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에잇세컨즈의 중국 사업을 확대하고, 구호와 준지의 미국∙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패선부문은 실적 악화에 직면하면서 이 사장 경영 행보에 부담이 되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패션사업부문이 지난해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구조조정 등 경영효율화 작업이 단행된 만큼 올해는 국내외 사업부문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 손실 규모는 전분기 대비 180% 증가한 400억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회사 측은 "지난해 정리한 브랜드들의 매장 철수 비용이 반영돼 적자를 기록했다"며 "일시적 비용 발생"이라고 설명했다.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공격'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국내외 유통 사업을 보다 확대해 나갈 방침을 세웠다.

◇보폭 넓히는 한진가 3세 조현민 광폭 행보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은 한진가(家)의 막내딸이지만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글로벌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신사업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분주하게 현장을 누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2007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한 조 부사장은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는 조 부사장이 참신한 마케팅으로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조 부사장은 과거 2005년에 광고회사인 LG애드에 입사해 대한항공으로 이직하기 전까지 약 2년 간 실무경험을 쌓은 바 있다. 그는 특유의 솔직한 모습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며 광고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이끌어나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가 후계구도 관행상 딸이 경영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재계 여성 파워가 예사롭지 않다"며 "경영 일선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재계 핫뉴스로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Copyright @2024 Fdaily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 (138-733) 서울 송파구 신천동 11-9 한신오피스텔 1017 |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서울,가00345, 2010.10.11 | 창간 발행인 강신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지원 Copyright ⓒ 2025 FDAILY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fdaily.co.kr for more information
파이낸셜데일리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