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세계 2위의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채를 판매하기 시작한 신한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이 한 달여 만에 총 221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의 기준 금리인상,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달러 자산을 늘리려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개인 고객을 상대로 사우디 10년물 국채(2026년 10월 26일 만기)를 파는 곳은 신한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 두 곳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사우디 국채 최소판매금액을 사우디 10년물 국채 매매 단위와 같은 20만 달러(2억3000만원), 유안타증권은 그 4분의 1인 5만 달러(약 5700만원)로 설정해 최근 판매를 개시했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유가가 급락하자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난 10월 사상 처음 달러가 표시된 채권 175억 달러(19조원)를 발행했고, 이에 두 증권사가 최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에 착수했다.
사우디 국채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A+~A- 등급을 받는 등 사우디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을 날릴 일이 없는 데다 통상 세전 기준으로 연 3% 이상(10년물 기준)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미국 국채에 준하는 안정성이 있으면서도 수익성은 더 높은 것이 매력이다. 또 거래 유동성이 풍부해 환금성도 우수하다.
이에 따라 1% 남짓한 금리로 은행에 다량의 달러를 예치해 놓거나 포트폴리오상 달러 자산을 늘리려는 고액 자산가들이 사우디 국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신한금융투자는 사우디 10년 만기 국채를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올 2월 1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270만 달러(145억원)를 판매했다. 유안타증권은 올 3월 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660만 달러(76억원)어치를 팔았다.
신한금융투자 양철욱 FICC 과장은 "사우디 국채는 미국 국채처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현저히 낮고 금리 스프레드는 120bp가량 더 붙어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고액자산가들의 니즈가 높다"며 "미국의 최근 시리아 공습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 관계 등으로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진 것도 달러 표시 사우디 국채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채권상품팀 관계자는 "사우디 국채를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고액 자산가들이 먼저 각 영업점은 물론 본사로 적극 문의하고 있다"며 "미국 정책 금리 인상 기조에 달러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과 원유 생산 단가가 가장 낮은 국가로 꼽힌다는 점이 선호 요인으로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2년부터 해외 채권을 판매하기 시작해 다양한 상품 구색, 안정된 판매 시스템 등 탄탄한 업력을 보유했다.
'후발주자'인 유안타증권은 현재 국채는 브라질과 사우디 두 종류만 판매하고 있다. 고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브라질 국채를, 달러 강세 기조에서 안정적인 자산 분배를 관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사우디 국채 투자를 권함으로써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란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사우디 국채가 인기 금융상품인 만큼 고액 자산가들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판매금액을 6000만원 정도로 경쟁사보다 낮춰 적극 판매하고 있다"며 "한국보다 먼저 저금리를 겪은 대만의 유안타금융그룹은 해외 국채 판매에 많은 노하우를 보유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