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돼 기소되면서 롯데그룹에 또 다시 위기감이 찾아들고 있다.
이미 신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7일 또다시 불구속 기소됐다. 여기다 사드보복 피해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그룹 내 분위기는 침울함 그 자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지난해 롯데그룹 수사 건의 재판을 받으면서 이달 들어 월요일과 수요일, 일주일에 2차례씩 재판에 참석해 왔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3일을 법원에 출석해야 할 상황이 될 것 같다"면서 "사드 문제로 인한 그룹 전체의 피해가 커지고 있고 지주사 전환 등 처리해야 할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한데 착잡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이달 초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롯데월드타워에서 대규모 불꽃쇼를 진행하며 '새로운 롯데'의 50년을 알린지 20일도 채 안된 와중에 여전히 악재가 이어지며 '내우외환'의 상황은 그칠지 모르고 있다. 비록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구속 기소가 아니라 불구속 기사로 끝나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상의 경영공백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신회장은 두 건의 재판이 이어지며 일주일에도 몇번씩 법원을 오가는 상황을 맞았다. 게다가 사안들 조차 간단치 않아 공판 준비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 신 회장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출국금지가 해제되면 자신이 직접 중국에 가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지만 기소와 함께 출국금지 상태가 유지될 경우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된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금 같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말까지 10개월 동안 영업 손실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롯데마트 99개 지점의 약 90%가 문을 닫은 가운데 국내 면세점 매출 손실, 롯데 식품 계열사의 중국 수출액 감소 등으로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사드보복으로 인한 롯데그룹 전체 매출 손실 규모는 25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달 영업손실도 500억원이나 발생했고, 특히 이달들어 15일까지 영업손실은 750억원에 달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인한 피해뿐 아니라 지난해 검찰수사의 여파로 불발됐던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도 또다시 잠정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올해 50주년을 맞아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를 개장하고, 비전을 새로 발표하는 등 경영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룹 총수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신 회장의 기소는 불구속이나 구속, 유죄 여부를 차치하고 그 자체만으로 롯데로서는 경영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