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서 시행 중인 '편의점 방범인증제'에 대해 일선 경찰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급증하는 편의점 대상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내부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 방범인증제란 출입자 얼굴 인식이 가능한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 설치 등 일정 방범시설을 갖춘 편의점에 경찰이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로,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됐다.
3일 ㈔한국방법기술산업협회 김태용씨와 경찰대학 조준택 연구원, 용인대 박현호 교수가 최근 공동으로 펴낸 '편의점 방범인증제에 대한 경찰관들의 인식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경찰관 10명 중 7명(68.1%)이 편의점 방범인증제를 모르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39.8%(80명)가 '거의 모르고 있다'고, 28.3%(57명)가 '전혀 모르고 있다'고 각각 답했다.
반면 편의점 방범인증제를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밝힌 경찰관은 6%(12명)뿐이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답변도 25.9%(52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조사대상 경찰관의 14.4%는 편의점 범죄가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경찰 역시 68.8%나 됐다.
이 설문조사는 경찰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은 경찰관 200명(남성 188명·여성 1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직무분야별로는 생활안전 근무자가 전체의 42%(84명)였고, 뒤이어 수사(17.5%·35명), 경비(12.5%·25명), 정보보안(6%·12명), 경무(3.5%·7명) 등이었다.
박 교수는 "연구의 표본 중 생활안전 분야 경찰관이 42%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편의점 방범인증제가 내부 경찰관을 대상으로 충분히 홍보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소 놀라운 결과"라면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이 시급하다.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경찰이 보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경우 경찰의 신뢰성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청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2010년 1만6937개에서 2012년에는 2만4559개로 3년 사이 4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6941건에서 1만2259건으로 무려 76.6%나 늘었다.
설문에 응한 경찰관의 62.9%는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우발적이라기 보단 유흥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적 성격의 범행으로 보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범죄 유형으로 '강도(82.7%)'를 1순위로 꼽았고, 범죄 발생 시 우려되는 피해는 '근무자의 신체 상해'(86.1%)가 '재산상의 손실'(10.9%)보다 높았다.
또 편의점 외에 방범인증이 필요한 업계로는 '금은방'(60%)을 가장 많이 지목했고, '소규모 마트'라고 답한 비율도 14.3%나 됐다.
조 연구원은 "다수의 경찰관들이 현금을 취급하는 업소에 대해 방범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면서도 "방범인증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경찰청 주관부서의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가 요구된다. 편의점 범죄에 관한 연구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