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그룹과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하루가 급하다"며 '조기 통합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 통합의 정당성이 없다"며 통합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조기 통합이 '유일한 카드'라는 입장이다.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하나은행가 외환은행의 통합을 통해 얻게 될 시너지 효과는 ▲비용절감 2692억원 ▲수익증대 492억원 등 연간 312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통합 후 여신 규모가 158조원으로 국내 2위권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시장 점유율은 50%에 근접해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하루에 10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요지부동이다. 노조는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5년간의 독립 경영을 약속한 만큼 통합 논의 자체가 '합의 파기'라고 주장한다.
노조의 반발은 그룹 경영진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통합 후 언제라도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김정태 회장, 끊임없는 노조 달래기 시도
김 회장은 노조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김 회장은 "노조가 소송으로 자신의 보스를 계속 칼로 찌르고 있다"며 "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알릴 수만 있다면 수천 명과 함께 공개토론회라도 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외환은행장이 통합 선언식을 가졌지만 직원들과의 소통은 물론 노조와 성실히 협의할 시간도 부족해 통합 이사회도 연기했다"며 노조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외환은행 노조 "조기통합, 정당성·진정성 없어"
외환은행 노조는 "2·17 노사정 합의서가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통합의 정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2·17합의서는 2012년 맺어진 것으로 외환은행에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는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의 고객 정보 요구 ▲IT 통합 시도 ▲하나고 출연 강요 ▲외환은행 상장폐지 ▲카드통합 착수 ▲점포증설 및 신규 채용 억제 ▲업무 외의 금융지주 행사 강제동원 등을 통해 지속적인 합의 위반 행위를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서로 합의한 것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언론에 모든 말을 흘리고 공문으로 통보만 하는 모습에서 진정성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나금융지주 "노조, 뭘 원하는 지 알 수 없어"
하나금융그룹은 노조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2·17합의서는 법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동의가 담긴 것으로 대화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며 "더 유리한 조건이 생겨 함께 논의해 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 측에서 제안하는 부분을 모두 받아드릴 준비가 됐고 플러스 알파를 주겠다는데 왜 거부만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전캠프 등 지주행사 강제동원에 대해서도 "비전캠프는 일종의 레크레이션 행사로 직원들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로 강조했다.
그는 통합 후 외환은행 직원들이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서울·충청·보람은행 등과 합친 경험이 있다"며 "화학적으로 결합돼 업무와 승진에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