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맞서왔던 마리우스 비저 스포츠어코드(SportAccord) 회장이 후폭풍을 수습하지 못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1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비저 회장은 스포츠어코드 회장직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IOC에 야심차게 싸움을 걸었으나 주변의 모든 지지를 잃게 돼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스포츠어코드는 국제경기연맹총연합(GAISF)의 후신으로 올림픽 종목과 비올림픽 종목 100여개 단체가 가입된 국제 스포츠 기구다.
비저는 지난 4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스포츠어워드 정기총회에서 IOC를 강하게 비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비저는 "IOC의 체계는 시대착오적이며 구시대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데다가 투명하지도 않다"며 질타했다.
거기에 비저는 바흐 위원장 앞에서 그가 중점적으로 제시해 온 올림픽 개혁안인 '올림픽 어젠다 2020'도 쓸모 없는 방안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IOC도 즉각 대응했다. IOC는 2003년 이후 스포츠어코드 총회 기간에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왔지만 이번에는 열지 않았다.
IOC의 영향력은 강했다. 육상, 사격 양궁, 복싱, 태권도를 비롯한 20여개 단체들이 비저의 발언에 반발하며 스포츠어코드를 탈퇴하거나 관계 중지를 선언했다.
비저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국가올림픽연합회(ANOC) 회장조차 그의 발언을 비판했다.
스포츠어코드가 주최하는 월드컴뱃게임의 2017년 개최지인 페루는 개최 포기를 선언했다.
단순히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포츠어코드의 탈퇴를 선언한 몇몇 단체들이 새 조직 창단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비저는 IOC와 바흐 위원장 측에 화해의 뜻을 밝히며 꼬리를 내리는 듯 했지만 지난주 올림픽 상금제 도입, 올림픽 중계채널 수익 50% 경기단체 배분 등을 포함한 20가지 개혁안을 IOC에 전달하기도 했다.
비저는 사퇴 성명에서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이 맞다. 100여년간 닫혀있던 IOC의 문을 열고자 했다. 스포츠의 가치와 효용 증가를 위해 IOC가 모두에게 열려있기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비저는 "2년간 IOC와 좋은 작용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들에게 수많은 제안을 했고 두 단쳬간의 협력제안을 했다. 어떤 설명도 없이 거부당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 귀족들의 뒷 공작에 의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IOC의 의사가 결정된다"며 비난의 공세를 낮추지 않았다.
비저는 회장직 사퇴와 더불어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직도 내려놓는다.
그는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으로 2013년 스포츠어코드 회장에 당선됐다. 지난 4월 총회에서 단독 후보로 나와 재선에 성공했다.
비저는 취임 초부터 4년마다 열리는 '유나이티드 월드챔피언십'을 기획하며 IOC와 갈등을 빚어왔다.
한편 비저의 사퇴 소식을 전해 들은 IOC 측은 "우리는 국제경기단체들과의 협력을 지속할 것이다. 새로운 현안들에 대해서는 이달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