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막을 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던 국가대표 선수들 가운데 프로팀에 소속된 8명이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시즌에 뒤늦게 합류했다.
국제대회를 마친 이들은 몸과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소속팀에 복귀해 정규리그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아직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안양 KGC 박찬희를 제외하고 7명의 선수들은 적게는 1경기부터 많게는 3경기까지 경기를 치렀다.
대부분 팀 전력의 핵심인 만큼 복귀하자마자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하며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더했지만 아직은 적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자리 비웠던 것 맞아?' 양동근·이승현·이정현 만점 활약
국가대표팀에서 백업 슈터로 활약한 KGC 이정현(27·189㎝)은 지난 7일 서울 삼성과의 이번 시즌 첫 경기부터 폭발했다. 30분 동안 3점슛 5개 포함 개인 최다인 33점을 꽂아 넣었다. 가로채기도 5개나 기록할 정도로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팀도 이정현의 활약으로 94-82로 승리했다.
9일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16점 2어시스트로 공격적인 부분에서 팀을 이끌었다. KGC는 이정현의 합류로 공격 루트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많은 외곽슛을 허용하고 있는 앞선 수비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선수권 이란과의 경기에서 불의의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자신보다 큰 센터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준 오리온의 이승현(23·197㎝)은 다행히 부상을 털고 소속팀에 합류했다. 이승현은 지난 9일 KGC전에서 16점 5리바운드 1블록슛을 기록했다. 팀도 KGC를 꺾고 4연승을 이어갔다.
포워드 농구를 구사하는 팀 전술상 상대 외국인 센터를 상대로 골밑에서 몸싸움을 해줄 선수가 없었는데 이승현의 합류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다. 공격 기술이 다양하고 전술 이해도가 높은 만큼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와의 호흡도 문제 없었다.
아시아 농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캡틴 양동근(34·181㎝)은 소속팀 울산 모비스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직 1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명불허전'이다.
양동근은 10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10점 10어시스트 3리바운드 2스틸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33분 가량 코트에 있으면서도 그가 기록한 실책은 '0'이었다. 무결점 농구를 펼쳤다.
팀도 1라운드에서 패했던 전자랜드를 무려 35점차로 따돌렸다. 압승이었다. 양동근이 지휘하자 젊은 선수들은 코트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쳐 보였다. 두 외국인 선수도 날아 올랐다.
◇동료들과 호흡이 문제 '컨디션은 굿~'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개인 기량은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언제가 됐든 개인 능력에 의해 어느 정도 개인 성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료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서울 삼성의 문태영(37·194㎝)은 아직은 적응 단계다. 분명히 국내 선수들 가운데 최상의 공격력을 지닌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올 시즌 삼성으로 이적했고, 1라운드가 지나서야 팀에 합류하게 됐다. 당연히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에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에서 문태영은 22점 10리바운드로 개인 성적은 나무랄 것이 없었지만 득점을 생산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팀도 KGC에 경기 내내 끌려 다니며 82-94로 패했다.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는 15점 9리바운드로 개인 기록은 다소 줄었지만 훨씬 이타적인 움직임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대표팀 골밑을 책임졌던 창원 LG 김종규(24·206㎝)는 비록 복귀전에서 팀에 승리를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18점 5리바운드 1블록으로 이름값을 했다. 12개의 슛을 던져 8개를 성공시키는 등 컨디션도 좋았다. 다만 올 시즌 처음 손발을 맞추는 트로이 길렌워터나 이제 갓 합류한 브랜든 필즈와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몸이 말을 안들어' 시간이 필요한 조성민과 김태술
대표팀 부동의 슈터로 활약한 조성민(32·190㎝)은 소속팀 부산 kt에 합류하자마자 팀이 연승을 했다. 전주 KCC를 상대로 30점차 대승을, 창원 LG에는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팀은 연승을 했지만 조성민은 2경기 평균 7점 2리바운드에 그쳤다. 장기인 3점슛은 평균 1개 뿐이다. 물론 팀의 리더로서 그가 코트에 있는 것만으로도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감이 있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 순위결정전에서 슛감이 좋지 않았던 그는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3점슛 2개를 성공시키는데 던진 슛이 11개나 된다. 10일 LG전에서는 쉬운 레이업슛을 놓치는 다소 민망한 장면도 연출했다. 분명 조성민 답지 못한 플레이였다.
국가대표 백업 포인트가드 김태술(31·180㎝)은 소속팀 전주 KCC에 고민을 안겨줬다. 복귀전인 지난 6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8일 kt, 10일 SK와 경기에서 팀이 연달아 패했다.
3경기에서 김태술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평균 23분 가량 코트에 있었지만 3.3점 2.3리바운드 1.7어시스트로 기록도 민망할 정도다. KCC로 돌아온 전태풍과의 포지션 정리가 안된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다 보니 오히려 불협화음을 냈다. 컨디션과 자신감 모두 결여된 모습이다.
손가락 부상으로 아시아선수권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KGC 박찬희(28·190㎝)는 아직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소속팀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팀 훈련도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 감각도 떨어져 있어 복귀하더라도 당장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