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무대를 넘나드는 황정민·오만석이 지휘자로 캐스팅된 뮤지컬 '오케피'의 라이선스 초연에 뮤지컬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윤공주·린아·박혜나·최우리·서범석·김태문·최재웅·김재범 등 모두 주연급이다. '여기 못 끼면 스타가 아니다'라는 너스레까지 떠돈다.
조연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정상훈·황만익·송영창·문성혁·김원해·김호·백주희·김주희·육현욱·이승원·남문철·심재현·이상준·정욱진·박종찬은 개성 강한 캐릭터로 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연출도 맡은 배우 황정민은 25일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열린 '오케피' 연습현장 공개에서 "다른 데서 주인공을 하시는 분들이라 한분, 한분 캐스팅이 힘들었다"고 웃었다.
"다들 솔로로만 하던 분들이라 합창이 안 된더라"로 너스레를 떤 그는 "캐스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처럼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흥행에 성공해 시리즈로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은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등 톱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이 관객 1000만이 넘으며 흥행배우가 된 황정민은 하지만 "유명하다, 유명하지 않다가 기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역할에 보다 최적화된 사람이 누구냐라는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5년 전부터 '오케피'를 준비해온 그는 "오랫동안 작품을 하고 준비를 하면서 '저 사람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계속 퍼즐 또는 레고처럼 조합을 해왔다. 한꺼번에 캐스팅이 된 적은 없고 오랜전부터 한 사람씩 해왔다. 사랑스런 사람들, 친구들이다"라고 만족해했다.
연극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첫 뮤지컬이다. 제목은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로 공연 도중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일본 최고 시상식인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받았다.
황정민이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2008년 미타니 고우키의 '웃음의 대학'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2인극 '웃음의 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으로 웃음 검열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이러니한 웃음과 막판에 감동까지 안기는 미타니 고우키의 장기가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그 때 송영창 선배님도 출연하셨다. 그 때 미타니 고우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지. 그가 쓴 좋은 작품이 많더라. 근데 뮤지컬이 한편 있다고 하더라. DVD를 구해서 보는 순간, '나는 이것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쇼뮤지컬이 대세였다. 황정민은 "뮤지컬이라고 하면, 화려하고 쇼 같은 느낌이 강한데 연극적이면서도 감동이 있다. '관객들에게 이런 뮤지컬도 있습니다'라고 전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다."
일본 버전과 한국 라이선스 초연의 차이점은 물론 있다. "(연극적인 성격이 강한) 뮤지컬 '원스'를 좋아한다. 참 잘 만들었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관객들은 '이 작품이 뮤지컬인냐, 연극이냐'라는 반응을 보여서 충격을 받았다."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오케피'에 대해서 제일 겁난 것, 역시 '이것이 연극이냐 뮤지컬이냐'라는 관객의 반응이었다며 "실제로는 원세트로 무대가 움직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을 뮤지컬스럽게 받아들일가 고민하다가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님과 올초부터 구조적으면 움직였으면 했다"고 눈을 빛냈다.
창작뮤지컬로 선보이지 못한 아쉬움 있는데 "그 정도 할 능력은 안 된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오케피'가 일본 작품이었어, 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한국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장면들만 봐고 그의 의지가 보였다. '망해버려 뮤지컬'이라는 넘버에서 '캣츠'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등 뮤지컬 마니아들이라면 단번에 알아챌, 요소들이 잔재미를 가득 안겼다.
황정민이 뮤지컬을 연출하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2012년 뮤지컬 '어쌔신'을 통해 연출가로 데뷔, 인물들의 심리를 잘 살려내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복잡한 연주 때는 손만 올려놓는 '핸드싱크'를 선보이는 피아노 연주자를 연기하는 송영창은 황정민에 대해 "연출로서는 별로 믿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연출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섬세한 배우라서 배우의 감성을 잘 안다. 보통 연출은 그를 잘 모르는데 이해해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부지런하다. 오후 12시 연습일 때 오전 9시30분쯤 가면서 '아무도 안 왔겠지' 했는데 혼자서 배우들의 대사를 자기가 녹음한 것을 틀어놓고 연습하더라. 저렇게 열심히 하면 뭘 해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정민과 함께 지휘자를 번갈아 연기하는 오만석은 '오케피'에 대해 "무대 위 화려한 배우 이야기가 아니라, 무대 밑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회사, 직장에서 똑같이 느끼실 분들이 많을 거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소시민 이야기라 공감할 수 있다"고 봤다
오케스트라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하프 연주자를 나눠 연기하는 윤공주와 린아는 사람들의 화려함에 숨겨진 이면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윤공주는 "하프가 크고 소리도 아름답고 화려해 보인다. 그러니 하프 연주자라고 하면 화려할 것 같고 부자집 딸일 것 같고 하는데 그런 모습 뒤에 나를 찾아가는 작품"이라고 알렸다. 린아 역시 "배우라는 직업도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외롭고 우울함이 있다. 나 역시 그렇고. 하프 연주자 마찬가지라 이 역에 관심도 가고 공감도 간다"고 했다.
무엇보다 작품에 가장 공감이 가는 인물은 실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김문정 음악감독이다. 그는 '오케피'의 지휘자처럼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끈다.
2012년 황정민이 출연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그와 함께 작업했던 김문정은 당시 '오케피' 대본과 CD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사실은 이렇게 피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대본으로 써서 만들고 싶다고 누누이 말해왔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참여할) 많은 작품이 있음에도 우선 순위를 두고 '오케피'에 참여한 이유다. 두 번째 참여한 이유는 황정민 같은 대배우가 이런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고,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보인 것이 놀라웠다."
연습 과정에서 캐스팅이 된 배우들을 봤는데 단원들과 함께 박장대소를 했다고 즐거워했다. "캐스팅마다 성과 악기의 특성이 다 맞더라. 호호. 대사에서 사용하는 용어까지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무대 위 화려함뿐 아니라 많은 스태프들에겍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더 즐길 만한 요소를 찾아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오케피' 공연 마지막에 오케스트라 피트 무대 밑 진짜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한 단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 함께 연주하는 멋진 장면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음악감독 김문정이 이끄는 18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다. 프로듀서 김미혜, 작가·각색 이희준, 무대디자인 서숙진,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음향디자인 권도경. 12월18일부터 2016년 2월28일까지 LG아트센터. 5~14만원. 샘컴퍼니·기업은행·인터파크INT. 02-6925-5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