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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빅뱅·엑소·폴 매카트니·엘턴 존…2015 가요 결산

2015년 가요계는 복고로 시작해 복고로 끝났다. 

MBC TV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가 1990년대를 소환하며 포문을 열었고, tvN '응답하라 1988'이 1980년대 후반을 불러들이려 연말을 장식하고 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왕년의 인기가수들의 컴백도 잇따랐다. 현 아이돌 그룹을 대표하는 '빅뱅'과 '엑소'는 음원과 음반 시장을 양분했다. 

◇'무한도전' '응답하라 1998' 복고 열풍 

1월 초 음원차트가 요동쳤다. '토토가' 방송이 끝난 후 10분만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듀오 '터보'의 '러브 이즈'가 '역주행'하며 지니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토토가'의 또 다른 출연자인 S.E.S와 김현정 등의 노래 역시 1일일 가량이 지난 이날 오후 여러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힙합듀오 '지누션'은 이 프로그램 출연에 힘 입어 11년 만에 신곡 '한번 더 말해줘'를 발표하고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최근 데뷔 18년 만에 연 첫 단독 콘서트에서 올해 활동은 '토토가' 덕분이라고 했다. 터보 역시 '토토가'를 발판 삼아 보컬 김종국을 비롯해 1대 래퍼 김정남, 2대 래퍼 마이키가 뭉쳐 15년 만에 정규 6집 발표를 앞두고 있다. 

방송 중인 '응답하라 1988'에서 울려퍼진 곡들도 새삼 조명되고 있다.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상은의 '담다디' 등이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원곡 들국화), 김필의 '청춘'(원곡 김창완), 밴드 '오혁'의 '소녀'(원곡 이문세), 박보람의 '혜화동'(원곡 동물원), 듀오 '와블'의 '보랏빛 향기'(강수지) 등 리메이크곡은 음원차트 상위권을 굳게 지키고 있다. 

◇1980~90년대 대표가수 건재 

1980~90년대를 풍미했고,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가수들의 행보도 돋보인 한 해다. 박진영은 '어머님이 누구니'로 인기를 누리며 JY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아니 가수로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문세는 정규앨범으로는 13년 만에 15집 '뉴 디렉션'을 발표하고 나얼이 피처링한 타이틀곡 '봄바람'으로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이승환, 이승철, 신승훈은 음악적인 신념을 유지하며 물리적인 앨범의 여전한 가치를 확인시켜줬다. 임재범도 30주년 기념 앨범 발표와 동시에 전국투어를 돌며 이름값을 알리고 있다. 2년 전 정규 19집 '헬로'로 신드롬을 일으킨 조용필은 5개 도시 전국투어에서 여전히 날 선 가창력으로 '가왕'이라는 타이틀을 이어나갔다.

◇음원은 빅뱅, 음반은 엑소 

타이틀곡 외 수록곡은 사장되다시피하는 한국의 앨범 시장에서 빅뱅의 시도는 신선했다. 발매를 앞둔 새 정규 앨범 '메이드'에 수록될 음원을 5월부터 8월까지 매달 2곡씩 공개하며 매번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연말 시상식 '멜론 뮤직 어워드'와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최다인 4관왕을 차지했다. 

엑소는 주춤했던 음반 판매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지난 3월 발매한 2집 '엑소더스'와 6월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러브 미 라이트(LOVE ME RIGHT)'가 도합 판매량 100만 장을 넘어섰다. 2013년 정규 1집에 이은 두 번째 100만장 돌파로 더블 밀리언셀러의 주인공이 됐다.

◇EXID·여자친구·혁오·이애란, 운도 실력이 있어야 

2012년 초 데뷔한 EXID에게 지난해 말이 새로운 원년이었다. 그해 8월 발표한 싱글 '위아래'가 역주행을 하더니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해 11월 페이스북에 게재된 '위아래' 직캠(팬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입소문을 탔고, 인기는 올해 '핫 핑크'로까지 이어졌다.

여자친구는 '꽈당 유튜브 영상'으로 '7전8기', 아니 '8전9기' 걸그룹으로 회자되며 인기몰이를 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8번이나 넘어지며 '오늘부터 우리는'을 끝내 부르는 모습을 외신도 소개했다. 

인디신에서 이미 마니아층을 구축한 밴드 '혁오'는 '무한도전'의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하며 단숨에 대중적인 스타 밴드로 거듭났다. 25년 동안 무명의 설움을 겪은 트로트 가수 이애란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퍼진 '전해라 짤방'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폴 매카트니·엘턴 존, 내한공연 러시

대중음악 시장이 공연 중심으로 점차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도 거물급 팝스타들의 내한공연이 이어졌다. 손에 꼽을 무대가 많았지만, 특히 상반기와 하반기의 중심 내한공연은 두 명의 영국 경(sir)이 나눠 책임졌다. 

지난 5월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4만5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록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첫 내한공연이 폭우도 식히지 못할 압도적인 열기를 풍경화로 보여줬다면, 지난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500명을 앞에 두고 공연한 엘턴 존의 무대는 얼굴 표정 하나하나에 깃든 음악의 역사를 목도한 세밀한 초상화였다.

이와 함께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 출신 데이브 그롤이 이끄는 '푸 파이터스'는 지난 7월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했다. 이밖에 영국 록밴드 '뮤즈',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이매진 드래건스', 미국 인디팝 밴드 '펀.'의 보컬 네이트 루스의 솔로 공연,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의 내한공연 등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미국 팝밴드 '머룬5'는 보컬 애덤 리바인의 건강을 이유로 지난 9월 대구 공연 시작 1시간여를 앞두고 돌연 취소,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민여동생의 몰락? 건재!…아이유 '제제'

가수 아이유의 스물셋은 쉽지 않았다.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소재로 직접 가사를 쓴 노래 '제제'가 소아성애를 콘셉트로 했다는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출판사 동녘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이 논란은 소설의 해석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로 확산됐다. 아이유는 "가사로 인해 상처를 입은 분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대중은 이미 고개를 돌렸다. 팬들과의 결속은 그러나 더욱 끈끈해진 모양새다. 지난달 20~21일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아이유는 30~31일 서울 앙코르 콘서트까지 계획하고 있다.

◇2세대 오빠들 잠시 안녕…동방신기·JYJ·슈퍼주니어 입대

수많은 여성팬들이 올해 '오빠'들을 나라에 맡겼다. 3월 JYJ 김재중·슈퍼주니어 성민을 시작으로 5월 SS501 김현중, 7월 SS501 박정민·동방신기 유노윤호, 8월 JYJ 박유천, 10월 슈퍼주니어 동해·은혁, 11월 슈퍼주니어 최시원·동방신기 최강창민 등 2세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대거 입대했다. 박유천, 최시원 등은 입대 직전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 '그녀는 예뻤다'를 성공적으로 마쳐 전역 후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음원 사재기 의혹 

몇년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음원사재기 의혹이 올해 하반기에도 들끓었다. 이번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좀 더 현실화됐다. 디지털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추천곡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왔다. 멜론·벅스·소리바다·엠넷닷컴·올레지니 등 5대 음원사이트를 실증 분석한 결과, 추천이 특혜로 연결된다는 연구까지 나왔다.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니를 운영하는 KT뮤직과 엠넷닷컴을 운영하는 CJ E&M 음악사업부문, 음악포털 벅스를 운영하는 벅스 등이 '끼워팔기형 음원 추천 서비스'를 폐지했다.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바비킴·유승준, 구설수 

올해도 음악 외적인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힙합 R&B 가수 바비킴은 지난 1월7일 인천에서 출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고 승무원의 허리를 끌어안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6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5~27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3층 이벤트홀에서 소극장 콘서트 '마이크'를 통해, 약 1년 간의 자숙을 마치고 복귀한다. 소속사 오스카ent는 "바비킴이 초심으로 돌아가 팬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알렸다.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 병역이 면제되면서 구설에 올랐던 유승준은 올해 5월 인터넷 방송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했으나 여론은 싸늘했다. 끝내 지난 10월 LA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를 취소해달라"며 사증 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유승준의 법적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유승준은 직업도, 명예도, 젊음도,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며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허위주장과 비난들이 잘못됐음을 밝히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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