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6)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그린타운FC 사령탑을 맡게 된 배경을 밝혔다.
홍 감독은 22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주식회사 건영과 함께하는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5(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5)'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항저우가 나에게 관심이 컸다"며 "내가 요구한 것들을 구단에서 다 해줬고, 미래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는 등 서로의 생각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중국 리그에서 만연하는 '독소 조항'에 대해서는 "싹 다 뺐다"면서 "중국에서 그런 것들을 빼주기가 쉽지 않은데 모든 것을 나에게 양보한 것을 봐서는 정말 관심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중국 내에서도, 구단에서도 신뢰받는 사람이 돼 다음 (한국의)지도자들이 중국에 가서도 활약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1월 초순에 팀에 합류한다. 1~2월에는 중국 내지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할 계획 중이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의 일문일답
- 중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 선수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축구도 축구이지만 지금의 중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싶었다. 앞으로 중국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축구 외에서도 이를 알고 싶었다. 축구를 통해 살고 있지만 인간으로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살아봤고, 일본, 미국에서도 살았다. 이번에 중국에서도 살면 동북아 세 나라에서 모두 살아본다. 좀 더 크게 이야기하면 환태평양에서 모두 살아봤다. 사람으로서 살아가는데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항저우의 어떤 제안이 좋았나.
"일단 나에게 관심이 컸다. 내가 요구한 것들을 구단에서 다 해줬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것을 나에게 꾸준히 이야기했다. 나 역시 미래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서로 생각이 잘 맞았다. 그렇기에 협상에서도 어려움이 없었다. 양쪽 모두 상대에게 관심이 있었다."
- 중국에는 독소조항이 유명한데.
"싹 다 뺐다. 그런 것들을 빼주기가 쉽지 않은데 중국에서는 그런 모든 것을 나에게 양보한 것을 봐서는 나에게 관심이 컸다."
- 유소년 육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항저우는 중국 내에서 구단 운영을 합리적으로 하는 곳이다. 예전에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있었고, 지금도 유소년 총괄 책임자를 한다. 또 일본인 코치들이 유소년을 가르친다. 시스템이 잘 돼 있다. 구단의 철학은 많은 돈을 투자해 지금 당장 성적을 내기보다 어린 선수들을 키워서 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1년 넘게 쉬면서 축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쉬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복기했다. 잘 못한 일도 생각을 했고, 잘한 부분도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 이제 열심히 일할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 클럽팀을 이끌기는 처음이다. 생각하는 방향은.
"지난해보다는 성적이 좋아야 한다. 이 팀은 강등권에 있는 팀과 불과 2~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30경기 중 1경기로 강등이 될 수도 있고 올라갈 수도 있다. 팀에서도 강등은 원치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시작점에서 중위권 이상으로 올라가면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매 경기 어려운 환경임은 틀림없다. 올해는 항저우 역사상 가장 어려운 환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일을 할 때 도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기에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는 하지 않았다."
- 젊은 선수 육성에 대한 관심은.
"청소년 대표도 3~4년 정도 이끌었다. 물론 한국과 중국 선수들은 다르지만 이 선수들이 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느낌은 많은 선수를 사서 우승하는 것보다 느낌이 좋다.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항저우와 이를 처음부터 이야기했고 결과적으로 마무리를 잘했다."
- 박태하, 장뢰룡 등 한국인 감독 대결이 성사됐다.
"주변에서 많은 관심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 우리가 중국내에서 얼마나 신뢰를 받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는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한국 축구에 원하는 게 있을 텐데 거기에 우리가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긴다면, 다음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의 길을 막는 것이다. 성적도 중요하고 그 안에서 중국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요즘 중국 선수들의 특성도 많이 다양화가 됐는데, 그 안에서 한국이 가진 것을 얼마나 뿌리 깊게 내릴 수 있을지 봐야 한다. 선수들의 몸관리, 구단관리 등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국 내에서도, 구단에서도 신뢰받는 사람이 돼 다음 지도자들이 나가서도 활약할 수 있게 길을 만들겠다."
- 제자들 중 영입하고 싶은 선수는 없나.
"아직 구단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 외국인 용병에 대해서만 대충 들었다. 가서 한 번 보고 정리를 해야 한다. 일단은 기존의 틀을 가지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코치진은 구성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거기에 좋은 중국 코치도 있다고 들었고, 경험 많은 코치 접선을 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은 나지 않았다."
- 오카다 감독과의 이야기는.
"이번에 일본 가서 한 번 만났다. 오카다 감독도 1년에 5~6번 정도 온다. 오카다 감독 시절 유스팀에 있던 선수들이 성인 팀에서 몇몇 활약 중이다. 그런 선수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연락이 됐다. 잠깐 티타임을 가졌다."
- 지금 심정은.
"설렘도 있고 아주 큰 열정도 있다."
- 처음 맡은 클럽팀에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은.
"내 생각이나 나의 철학 등을 서로 공유하고 싶다. 안된다고 하면 계속 설득해서 서로 같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선수다보니 기량의 발전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운동장을 떠나서 한 사회의 사람이다. 중국 선수와 소통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 어린 선수들의 생각을 듣고 대응하는 것에 기대를 한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 처음하는 것이지만 외국에 대한 부담감이나 거부감은 전혀 없다. 아직 중국 말은 못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감정이 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 항저우에서의 계획은.
"1월 초순에 팀에 합류한다. 1, 2월은 중국 내지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계획 중이다. 아직 계약이 성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게 결정되지 않았다."
-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팀에서의 목표라면.
"지금 아직 그 수준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 향후 몇 년 후의 이야기다. 나 역시도 처음 시작하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한 일이기에 잘 할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하는 일이기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하겠다. 모든 이들이 결과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미래를 가지고 얼마나 좋은 팀으로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구단과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항저우는 상위권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팀이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중국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중국 내에서도 좋은 팀으로 될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