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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아요, 눈이 예쁜 정만식…결혼 정말 잘하셨군요

멋진 여자와 결혼한 남자가 그렇지 못한 남자보다 더 멋져 보이는 법이다. 요즘 주가상승 중인 배우 정만식(41)이 바로 그랬다. 정만식의 아내가 말했단다. “벌이에 연연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어떤 역할이 맡겨지면 성실히 임하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연기자 나문희(74)의 말처럼 “무섭게 봤는데, 눈이 예쁜” 배우라는 점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다. ‘노안’ 배우로 분류될 법한데, 눈만 보면 ‘동안’ 배우다.

2005년 영화 ‘오로라 공주’로 데뷔해 SBS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2012), ‘굿 닥터’(2013), 영화 ‘7번방의 선물’(2013) 등에 출연했다. 올해는 출연작마다 히트했다. 베테랑’의 악덕 전 소장, ‘내부자들’의 부장검사로 활약했고, ‘대호’에서는 조선포수대의 도포수 ‘구경’의 들끓는 복수를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냈다. 불의의 사고로 총을 놓은 명포수 ‘만덕’(최민식)과 달리 대호에게 동생을 잃은 구경은 복수의 일념으로 대호를 잡으러 다닌다. 차기작은 ‘아수라’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과 함께 찍었다.

-‘대호’의 구경은 데뷔 이래 맡은 가장 큰 배역이다. 극본도 안 보고 출연했다고?

“(제작사인 사나이픽쳐스의) 한재덕 PD가 전화해 ‘네가 해라. 민식 형이 널 낙점했다’더라. 무조건 알았다고 했더니 좀 기다려보래. 3주 후에 확정됐다고 통보해왔다. 시나리오는 통보받고 3일 뒤에 받았다. 내가 지금껏 맡았던 가장 크고, 무겁고, 깊은 역할이었다. 다른 영화들에 미안한데 내가 가장 신경 쓴 작품이다. 집중도도 좋았다.”

-최민식(53)과 평소 두터운 사이였나?

“그냥 한 서 너 번 술 마셨을 뿐이다. ‘네가 만식이냐? 난 민식이다’라며 이름만 확인했다. 그냥 선배가 대본 읽고 ‘사냥꾼 냄새나고, 욕망이 가득하고, 혼자라도 잡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남자가 어디 있나’ 생각하다 외모 때문인지 내가 생각났다더라. 박훈정 감독이 세차하다가 최민식 선배에게 전화를 받았대. ‘정만식이 어때?’ ‘내가 그 사람 아는데 덩치가 크다’ ‘외형적인 거 쫓지 말고 그 배우가 지닌 외모의 깊이, 연기를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뭐 그런 대화를 나눴다더라.”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부담됐다. 어릴 때부터 본 배우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혹시라도 그 분 연기에 누가 될까봐 신경 쓰였다. 그러다 찬물로 샤워하면서 ‘그거 다 신경 쓰면 난 뭐먹고 사냐, 나도 먹고 살아야지, 같이 먹고 살자’ 뭐 그렇게 나를 응원했다. (정만식은 드라마, 영화 통틀어 최민식이 가장 부담스런 상대배우였다고 했다. 두 사람은 띠동갑 호랑이띠다) 사실 드라마하면서 민식 선배보다 더 연장자인 선생님들하고도 연기해봤다. 근데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또 조금만 잘해도 칭찬해준다. 나문희 선배가 ‘무섭게 봤는데, 눈이 예쁘네’ 그럼 넙죽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내가 2남2녀 중 막내라서 애교도 잘 떤다. 사랑받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아온 아이다.”

-최민식이 연기조언을 해줬나?

“전혀. 구경이 대호를 잡기위해 만덕의 도움을 받으려고 그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에서도 단 한 마디 안 했다. 그냥 대사만 맞추고, 서로 발생할 것에 대한 부분만 체크했다. 솔직히 맞닥뜨리고 대사하는 것도 처음에는 겁이 났다. 그러다가 ‘에이, 대사 못 친다고 죽일 거야, 괜찮아’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구경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

“제가 지금껏 살면서, 제 삶의 목적이 연기하는 나고, 그걸 지키려고 했다. 구경도 그런 마음으로 산에 있지 않았을까. 저와 교집합을 찾았다. 구경의 원동력은 복수다. 천만덕에 대한 열등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부각되면 너무 뻔한 구도니까 그냥 구경의 내적 갈등에 집중했다.”

-극후반부 천만덕의 아들을 외면하는 장면이 구경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 장면이다. 정만식의 연기력을 보여줄 장면인데 어떻게 준비했나? 감독의 디렉션이 있었나?

“짧게 줬다. ‘목적이 하나 맞죠? 이번이 기회입니다.’ 그 장면에서 구경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 대호를 잡아야 한다는 그 일념뿐이다. 감독님은 디렉션을 구체적으로 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너무 별말씀이 없어 한번은 내가 물었다. 제대로 가는 거 맞냐고? 제대로 가고 있으니 별 말 없다는 식으로 말씀했다.”

-요즘 상승세다. 맡은 역할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두근두근 반, 부담감 반이다. 비중이 커져서 좋지만 이전에 내게 주어진 다양하고 작은 역할을 할 때도 즐거웠다. 역할이 커진다는 것은 느꼈으나, 그걸 의식 안 하려고 한다. 그걸 의식하면, 내가 성격이 단순해서 표정으로 보일 거 같아서다. ‘잘되고 있어, 개런티 올라가나’ 배우에게 그런 게 보이면 안 된다고 본다. 보이는 사람은 싫다.”

-그렇지만 가정을 꾸리려면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 안 할 수 없다.

“결혼하고, 애가 생기면 뭔가 벌이가 있어야겠지. 근데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음 된다. 아내가 고맙게도 벌이에 연연하지 말고, 하고 싶은 배역이 있음 하고, 역할이 주어지면 성실히 임하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정만식은 2013년 한 살 연하의 연극배우와 결혼했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만나 4년 열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아내는 18년을 일본에서 살았다. 정만식은 아내와 존댓말을 한다. 이유를 물으니 무섭단다) “내 카리스마는 카리스마 축에 못 끼어요. 나이스하고 쿨해요.” (그러면서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줬다) “새벽 3시나 돼야 들어갈 것 같다고 하면 그러세요 한다. 근데 3시를 넘기면 안 된다. 일본에서 오래 살아서 약속을 중시한다.” (요리솜씨는 무척 좋아 14첩 반상을 차려준단다. 최민식이 부러워했을 정도라고. 결혼 이후 아내라는 종교가 생겼다고 할 정도로 애처가다)

-작품 편수가 늘었나?

“딱히. 똑같다. 평균 1년에 3.5편 하는 거 같다. 드라마와 영화 합쳐서. 최근 출연작이 잘돼서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변화라면 그 3.5편을 기준으로 과거에는 7신 찍었다면 요즘은 10신 안팎으로 찍는다. 5회 촬영이었는데, 한번 더 불러준다든지, 대사가 늘어난다든지 그런 변화가 있다.”

‘대호’의 박민정 PD는 정만식의 성실함을 언급했다. 구경은 얼굴에 호랑이에게 할퀸 흉터자국이 있다. 그 분장을 하는데 매번 기본 2~3시간이 걸렸다. 박 PD는 “분장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남들보다 일찍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런데도 단 한번도 불평하거나 현장에 늦게 준비를 마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냥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포수로 등장하는데, 실제로 맏형 노릇을 하며 팀워크가 고스란히 영화에 담길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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