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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황정민·강동원, 이 배우들로 이 정도?…'검사외전'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여도 자꾸 보면 ‘감흥’이 떨어진다. 광고모델도 ‘이미지 소비’라고 여기며 신중하게 선택하는 배우들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스타 배우들의 신작 개봉이 줄을 이으면서 스크린에서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다.

제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라도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란 게 있다. ‘죽여주는 연기’가 계속 나올 수는 없다. 전작 개봉 3개월 만에 같은 배우의 주연작이 또 개봉하면 관객 입장에서는 즐겁게 볼 가능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배우의 연기에 관해서는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도 있다. 좋은 연기는 캐릭터(시나리오), 연기, 연출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나올 수 있다. 간혹 배우들이 발군의 연기로 평이한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은 영화가 좋아야 한다.

대세배우 황정민과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 ‘검사 외전’(감독 이일형)은 영화계에서 올해 설 명절을 싹쓸이할 ‘대세’ 영화로 점쳐졌다. ‘국제시장’(2014)부터 ‘베테랑’ ‘히말라야’(2015)까지 승승장구 중인 2800만 배우 황정민에, 강동원 출연작을 ‘강동원 장르’라고 명명하는 든든한 고정팬층을 거느린 강동원이 나란히 출연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 대세 배우의 합은 처음이라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강동원이 사기꾼을 연기한다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신비로운 이미지의 강동원이 ‘초딩’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며 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사기꾼이라니, ‘(동원) 참치’ 팬이라면 개봉 첫날 1회차를 보고 싶을 것이다. 누명을 쓴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사기꾼과 복수를 꾀한다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 마디로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로 요약된다. ‘이 배우로 이 영화라니’란 아쉬움도 든다. ‘검사외전’ 독주를 예상했으나 지금으로서는 지켜볼 일이다.

오락영화의 존재이유는 재미다. ‘검사외전’이 완전히 재미없는 영화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황정민과 강동원이 나오는데 설마 그럴 리가…. 두 배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이 흔치 않은 기회는 이 영화의 가치를 높인다. 그러나 연출이 전체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영상도 평이하고, 연기도 평이하고, 재미도 평이하다.

누명을 쓴 검사가 교도소에서 자신의 직업적 재능으로 ‘영감’ 칭호를 들으며 복수(탈출)를 꾀하는 초반부는 ‘쇼생크 탈출’, 복수의 공간이 감방이라는 점은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연상시킨다. 후반부 법정신에서는 ‘어퓨굿맨’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흥겨운 오락영화’라고 자꾸 각인시키는 경쾌한 음악은 부담스러우면서 동시에 황정민이 주연한 ‘베테랑’이 연상된다. ‘베테랑’이 아무도 죽지 않던 초기 성룡 영화처럼 액션신을 경쾌하게 찍었다면, 이 영화는 직접적 폭력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혈질 검사와 전과9범 사기꾼이 감옥에서 만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편에서도 알려진 사실. 핵심은 두 사람이 어떤 기발한 작전과 환상의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갈지인데, 이들이 만나기까지 사설이 좀 길다. 작전의 기발함이 허를 찌르느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황정민은 이미 누가 나쁜 놈이고 무엇이 잘못돼 감옥에 와있는지 다 알고, 관객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팽팽한 긴장감이 들지 않는다. 그저 강동원이 사기꾼의 자질을 발휘해 어떻게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는지가 이 영화의 주요 볼거리가 돼버린다.

강동원은 기존의 신비한 이미지를 벗고 한없이 가볍게 행동한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거짓 눈물로 여자를 등치고, 동네 아줌마와 막춤을 추며, 엘리트로 위장해 검사까지 구워삶는데, 강동원의 종횡무진에 그나마 웃음이 난다. 하지만 개구쟁이 같은 면모와 신비스런 모습을 적절히 보여줬던 ‘검은 사제들’ 속 강동원보다 더 매력적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강동원이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는 알 것 같다. 강동원 팬에겐 ‘동원외전’으로 불릴 수도 있겠다.

이성민은 검사 출신 정치인이자 황정민을 수렁에 빠뜨리는 선배 검사로 악역을 연기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첫 주연작 ‘로봇, 소리’가 ‘검사외전’과 1주 간격으로 개봉한다. 이성민 팬이라면 서로 다른 매력의 이성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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