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이대호(34)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꿈의 무대에 한발짝 다가섰다.
하지만 앞서 빅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과 달리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보장받지 못한 계약으로 아직 넘어야할 산이 남았다.
시애틀 구단은 4일(한국시간) "이대호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대호의 국내 에이전트인 몬티스스포츠 매니지먼트그룹도 미국 에이전트이자 협력사인 MVP 스포츠 그룹과 함께 "이대호가 시애틀 매리너즈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대호는 지난해 11월3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뒤 꼬박 3개월 만에 계약을 확정했다.
12월 중순 윈터미팅에 참가해 몇몇 구단과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만 해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할 언급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이어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까지 소속팀을 찾아 이대호의 애간장을 녹였다.
1월 초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해 현지에서 협상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몸 만들기에 돌입한 이대호는 지난달 말부터 협상이 급물살을 타더니 마침내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이 성사됐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때 계약 내용이 달라지는 '스플릿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를 보장받지 못하고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해 로스터 진입을 위한 경쟁을 벌여야한다.
1년 400만 달러로 알려진 계약규모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 약속된 활약을 펼쳤을 때 받게 될 인센티브 등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대호는 마이너리그에서 뛰게 될 경우 미국 진출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의 꿈을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이너리그는 한국으로 치면 2군 아닌가. 마이너리그는 뛰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스플릿 계약을 통해 시애틀 유니폼을 입기로 한 것은 그만큼 이대호 스스로 꿈의 무대 진출을 희망했고, 로스터 진입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대호는 계약 후 매니지먼트를 통해 "메이저리그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기회에 무엇보다 기쁘다"면서 "스프링 캠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서 팀에서의 주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그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수준 높은 경쟁을 통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시아 출신 선수들에 대한 영입이 활발한 시애틀은 오래 전부터 이대호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무대에서 활약할 당시는 물론 지난해 프리미어12에도 구단 스카우트가 이대호를 지켜봤다. 그런 점에서 시애틀은 이대호의 유력한 행선지 중 하나였다.
한편 이대호는 5일 오전 6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공식 기자 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