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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준척급도 없다'…누가 받아도 멋쩍은 신인왕 타이틀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팀당 5~6경기를 남겨두며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MVP와 신인왕 등 개인타이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개인 타이틀 가운데 신인왕에 대한 향방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경쟁이 치열한 것이 아닌, 누구 하나 빼어난 기량을 선보인 신인이 없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신인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22명의 신인은 저마다 소속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 종착점을 향해 가는 지금 신인왕 감이라고 하기에는 저마다 한 참이나 부족하다. 

지난 시즌 이승현(고양 오리온)과 김준일(서울 삼성)이 데뷔 첫해부터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것과 비교하면 신인 기근이라 할 만하다.

올 시즌 신인들 가운데 경기당 평균 20분 이상 코트를 밟고 있는 선수는 정성우(창원 LG) 한 명뿐이다. 경기당 평균 5점 이상 올리고 있는 신인도 없다. 

그나마 눈길이 가는 신인이 있다면 정성우와 한희원(인천 전자랜드), 최창진(부산 kt), 이동엽(서울 삼성) 정도다. 

정성우는 8일 기준 32경기에 출전해 평균 21분가량을 뛰며 4.16점 2.8어시스트 1.2가로채기를 기록 중이다. 가로채기는 리그 전체 12위에 해당한다.

김시래의 입대로 가드라인에 구멍이 생긴 LG는 정성우의 입단으로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었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있지만 역대 신인왕들과 비교하면 한 참 모자라 보인다.

신인 드래프트 2순위 한희원은 평균 17분 정도를 뛰며 신인 최고인 4.7점과 함께 리바운드 1.7개를 올리고 있지만 대학 시절 활약을 감안하면 부족하다. 

4순위 최창진은 2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4분 정도를 출전하며 평균 3.8점 1.7어시스트 0.9가로채기를 기록 중이다.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이따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아쉽긴 마찬가지다.

5순위 이동엽(서울 삼성)도 경기당 득점은 2.76점에 그치고 있다. 7순위 이대헌(서울 SK)도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국가대표 포워드이자 1순위로 프로무대를 밟은 문성곤(안양 KGC)은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16경기에서 평균 5분 정도만 뛰고 있다. 무득점 경기가 12경기나 된다. 팀 내 선수층이 워낙 두텁다 보니 문성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고교생 신분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해 3순위로 지명된 송교창(전주 KCC)은 시즌 중반부터 조금씩 경기에 나섰지만 최근 팀이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어 추승균 감독의 부름을 받을 기회가 줄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지난 2003~2004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이현호(당시 서울 삼성) 이래 가장 저조한 개인 성적으로 신인왕 타이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인들의 부진이 꼭 선수 개인 탓은 아니다. 올 시즌 신인들은 사실상 반쪽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0월26일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각 팀에 지명된 선수들은 이튿날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들이 프로 선배들 사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비시즌 동안 조직력을 다진 각 구단이 이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막 프로에 입문한 선수들이 팀에 녹아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게 바뀐 외국인 선수 제도 역시 신인들이 코트를 밟을 수 있는 시간을 제한했다. 4라운드부터 외국인 선수 2명이 2, 3쿼터에 동시 출장이 가능해지면서 출전 기회를 엿보던 신인들의 출전 기회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신인 선수 개개인이 당장 프로에서 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이들의 활약이 미미한 이유로 들 수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함께 뛰는 프로팀의 경기력은 대학팀과 차원이 다르다. 훈련량도 훨씬 많다. 당장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체력과 기술을 갖춘 신인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프로에 입문해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이지만 제도적인 문제점과 선수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 올 시즌 신인왕 타이틀은 누구에게 돌아가더라고 멋쩍긴 마찬가지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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