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로 중소기업들은 대체 선박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운임마저 폭등 조짐을 보여 밤에 잠이 안올 지경입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가 중소기업들에게도 본격적인 수출 물류대란 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부품, 섬유, 석유화학 관련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출 물량 선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악화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여타 수출 중소기업들은 아직까지 '물류대란'이 현실화되지 않은 만큼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지만 선박 운임비가 오를 경우 기업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선박 운임비를 정부가 나서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무역업계 영향과 대책'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의 경우 상당수 기업이 미리 자구책을 마련해 피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포워딩 기업에 전적으로 운송을 맡겨 수출 차질이 크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한진 해운 사태가 발생한 뒤 일부 대기업들은 한진해운 화물 물량을 취소한 뒤 비싼 운임을 감수하더라도 대체 선박을 통해 화물을 보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대체 선박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 안게 될 전망이다.
아시아 미주 노선을 이용하는 중소기업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진해운의 아시아-북미항로 시장 점유율은 7.39%로 에버그린(10.2%), 머스크(9.0%)에 이어 세계 3위다. 한진 해운이 담당해왔던 물량 처리는 현재 모두 정지된 상태다.
선박 이용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선박 운임비가 올라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경우 피해를 입게 되는 곳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될 공산이 크다.
중국으로 의류를 수출하는 A 중소기업 관계자는 "아직 한진 해운 사태로 피해를 입은 것은 없다"면서도 "선박 운임비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될 때마다 기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밤 잠이 안오는 상태"라고 말했다.
원·부자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B 중소기업 관계자는 "물류 대란이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운송비 상승으로 인해 원·부자재를 들여오는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협력업체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류 대란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특별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해양대학교 안기명 교수는 "수출 중소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됐다"며 "정부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시장에 맡기는 것이 맞지만 운임비가 치솟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한진해운 선박이 해외에 억류된 것과 관련해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물류대란을 예측하고 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조취를 취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