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를 좌우해온 외국인의 수급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들어 증시 상승세를 견인해 온 외국인이 지난 7월 중순부터 매도세로 전환하고, 이달 들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엑소더스를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셀 코리아'(Sell Korea)를 했다기보다는 '셀 IT'를 했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1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17일 후부터 이달 11일까지 외국인은 3조2500억원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에서 외국인은 3조3600억원을 순매도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전기전자 업종에서 차익 실현한 것을 제외하고,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순매수한 것을 알 수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이 아닌 IT 업종만을 집중적으로 매도했다"라며 "따라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더 고조되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매도 역시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같은 날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전체 수급이 매도세로 전환한 시기는 7월 중순"이라며 "이를 두고 '셀 코리아', '외국인의 변심'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삼성전자를 포함한 IT 섹터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2100억원 소폭 순매수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앤'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내 시가총액 및 유동성을 고려해 선정한 WMI지수의 500 종목에서 외국인은 지난 7월 1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약 한 달간 2조5800억원을 누적 순매도했다. 이중 WTI IT섹터에 속하는 94개 종목에서는 2조7900억원 순매도, 역시나 IT 섹터를 제외하고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를 고려해 향후 증시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오태동 연구원은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미 금융시장은 미국과 북한 간의 갈등을 충분히 반영한 상황"이라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더 고조되지 않는 한 외국인의 매도 역시 진정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과 북한의 무력 충돌 징후도 약하다"라고 평했다.
이어 "이러한 조정기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며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 돼 있는 상황에서 코스피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인 화학, 철강, 기계 등 업종은 3분기 동안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번에 주가 낙폭이 실적 대비 과도했던 IT와 증권주를 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박성현 연구원도 "IT에 국한된 외국인의 매도세는 일정 시간 지나면 자연스럽게 진정될 것으로 본다"며 "8월 말 D램 고정가격 발표를 통해 반도체 가격 모멘텀의 견조함이 확인될 가능성이 크고 9월 미국과 유럽의 양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 이벤트는 최근 영란은행의 금리 동결 조치를 보더라도 시장 예상 이상으로 매파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환율 변동성을 확대한다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외국인의 일시적 매도 물량 출회 가능성을 주목했다.
박성현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과 환율 변동성 확대에 의한 포트폴리오 수익성 변동"이라며 "외국인들이 환율 변동성 위험이 확대된다고 느끼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매도 물량을 출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경우 국내 증시 지수 반등이 상당히 제한되거나 일시적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또한 그간 IT에 국한됐던 외국인 매도세가 여러 섹터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박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기간의 연장 가능성과, 범위의 확산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저가 매수를 기다리는 입장이라며 다소간의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외국인 매도세의 정점 통과를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좀 더 안전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