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미 FTA 개정 협상···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 미치나

협상에 시간 걸리고 증시 영향은 복합적···단기적 영향은 '미미'
美 무역적자 해소 의지 강해···중기적으로 자동차 등에 영향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한 논의가 첫발을 뗀 가운데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2일 서울에서 미국 측의 FTA 개정 요청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FTA 공동위원회를 열었다. 미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FTA 개정 협상에 나서자고 압박한 반면 한국은 FTA의 효과에 대한 공동 조사·분석·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만남에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다음 일정도 잡지 못했지만 미국 측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FTA를 뜯어고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개정 협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동차, 철강, IT 관련 무역 불균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해당 업종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개정 협상을 통해 이들 산업에서 관세가 부활·인상되면 수출량이 줄어들어 기업 실적과 주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당장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국내 증시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개정 협상에 따른 산업별 득실이 뚜렷해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과거 한미 FTA 관련 이벤트가 있었을 때도 해당 산업의 경쟁력이나 양국 교역구조 같은 다양한 요인이 증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FTA 수정 협상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어느 일방에만 유리한 결과 도출 또한 어려울 것"이라면서 "FTA 재협상 이벤트 자체만으로 한국 주식시장 전체에 부정적이라는 예단은 무리"라고 평가했다.


  FTA 개정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업종으로 거론됐던 자동차의 경우도 단기적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한국 완성차의 미국 점유율은 FTA 체결 이후 오히려 줄어 개정에 따른 실익이 적은데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최대 이슈는 멕시코로의 자동차 생산 기지 이전이기 때문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 내 판매량은 매우 적어 미국자동차산업정책위원회(AAPC) 등에서 요구하는 비관세 장벽 철폐도 사실상 무의미한 조항들"이라며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를 얻기 보다는 이를 지렛대 삼아 다른 분야에서 실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는 무역수지 적자폭이 가장 크게 증가해 집중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폭은 2.4%인데 반해 한국은 8.0%로 훨씬 컸는데도 한국의 미국차 수입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는 관세 자체보다는 기업 경쟁력의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철강 업종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가격 상승과 업황 개선 전망에 힘입어 철강업체들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한국 업체의 미국시장 매출 의존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FTA 개정 협상이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014년 571만t에서 2015년 395만t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374만t으로 다시 줄었다"며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전체 판매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3%, 4%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미국의 철강산업 보호정책으로 인해 철강가격이 상승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일정부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증시 랠리를 견인했던 IT 업종도 실제로는 FTA 개정 협상에 따른 직접적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이 일방적 흑자를 내고 있지만 IT 산업 전체로 폭을 확대하면 양국간 무역수지는 균형 상태라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수출 비중이 높은 IT 업종은 상대적으로 개정협상에서 논외가 될 수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이후 디스플레이는 무역수지가 적자전환됐고 적자폭도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수익이 되는 산업분야로 굳이 핵심쟁점으로 꺼내들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은 정보기술협정(ITA) 영향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대로 협상을 이끌고가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자동차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 의지가 강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FTA 개정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역적자 때문인데 한미 무역수지 불균형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게 자동차다.


  유 연구원은 "가뜩이나 현재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지 못하고 상품 경쟁력 저하와 해외시장 자동차 수요 부진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 주식 투자전략 측면에서 한미 FTA 개정의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중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