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기존 한미 FTA 체결 이후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농가소득 감소 등 피해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석호 모형정책지원실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 주제 발표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 도축두수 감소와 한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한·미FTA 이후 124.3%(수입액 기준) 수입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올해 9월까지 12만2000톤이 수입돼 시장점유율 47.7%를 기록하면서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한·미FTA 발효이후 5년간 축산물 자급률은 48.1%에서 39%로 9.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육우 농가수도 한·미FTA 이후 36.1% 감소했다. 돼지고기도 32.8%, 낙농분야도 16.1%가 각각 줄었다. 마리당 소득은 국산 수요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생산비 상승으로 한육우 11%, 돼지고기 29.2% 각각 하락했다.
한 실장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주로 냉동제품인데 냉장 판매된 쇠고기가 들어오게 되면 수입물량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쇠고기 시장은 이전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농축산물 전체 대미 무역수지를 보면 한·미FTA 발효후 무역적자가 7.5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FTA 발효 전 5년 평균(2007년∼2011년)과 발효후 5년 평균(2012년∼2016년)을 비교했을때 수출은 1.9억 달러 증가한 반면, 수입은 9.4억 달러 증가했다. 한·미FTA 이후 축산물 이외에 오렌지, 체리, 레몬 등 과수 수입도 98% 증가하며 급증세를 나타냈고, 가공식품 수입액도 5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렌지는 TRQ(저율관세할당) 물량 증가와 작황호조로 한·미FTA 이후 63.9%(수입액)이 늘었고, 관세가 철폐된 체리의 경우 226.3%, 레몬은 265.7%, 자몽은 105.7%, 포도는 74.9%씩 각각 수입액이 늘었다.
이에 반해 한·미FTA 이후 대미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궐련초(135%), 빵(196%), 소스제품(121%), 음료(187%) 등이었다.
한 실장은 "수입증가가 해당 품목의 가격하락과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효과 뿐만 아니라 다른 농축산물 품목까지 실질가격 하락을 유발하는 풍선효과를 나타냈다"며 "특히 한·미FTA 이후 국내 축산농과와 과일농가들은 수입량 증가만큰 가격하락에 따른 소득감소, 농가수 감소 그리고 자급률 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