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물량 밀어내기 재발 방지 대책으로 미흡하다고 판단
그룹 최고 경영진 개입 정황 확보, 검찰 고발 예상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부품 대리점을 상대로 물량 밀어내기 의혹을 받는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 신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각 결정을 내렸다.
무리한 매출 목표를 설정,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리점을 상대로 한 물량 밀어내기 과정에서 그룹 경영진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공정위가 포착하면서 검찰 고발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26일 현대모비스가 제출한 동의의결 신정 방안이 대리점 피해구제, 구입강제행위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 등 시정 방안을 제시해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매년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에 대해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했다.
전국 23개 신청인의 부품사업소 직원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임의매출', '협의매출' 등의 명목으로 부품대리점들에정비용 자동차 부품을 일방적으로 할당하거나 구입을 요구했다.
이에 공정위는 구입의사가 없는 대리점들에게 정비용 자동차 부품 구입을 강요한 ‘구입강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카드를 빼들었다.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동의의결에는 대리점 피해구제를 위해 ▲대리점의 피해구제 신청을 토대로 동의의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피해보상 실시 ▲상생기금 100억원 추가 출연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대리점 피해구제와 갑-을 관계 거래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상당 부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 위반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본사-대리점간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거래구조 개선 등과 같은 종합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한데 단순히 직원 징계 규정이나 직원 교육 등을 통해 법 위반을 예방하겠다는 점이 미흡한 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보완된 시정방안으로 ▲중립적인 협의체를 통한 피해 구제 ▲담보제도 개선 ▲매출목표 수립절차 개선 ▲상생협력기금 200억원 출연 등을 내놨다.
반면 공정위는 이번 시정방안도 대리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기 어렵고 구입강제 행위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으로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할 전원회의가 곧 열리게 된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번 물량밀어내기에 그룹 최고 경영진이 개입한 만큼 검찰 고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문식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경영진에서 과도하게 매출 목표를 설정한 부분과 이에 따른 대리점 피해에 대해 조사가 이뤄졌다"며 "심사보고서에 고발 의견을 담았다"고 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과거 잘못된 거래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바람직한 거래질서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열릴 전원회의에서 당사의 이러한 입장을 다시한번 소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