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표적 세무조사 활용된 '교차 조사'..."명확한 기준 마련해야"

국세행정개혁 TF "태광실업에 대한 교차세무조사, 표적조사 의심"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158건 교차 세무조사, 3.4조 세금 추징
세무조사 절반 '국세청 중수부' 조사 4국 담당
교차조사 명확한 기준·외부기관 검증 목소리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단초가 됐던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정치적·표적 세무조사가 실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세무조사에 동원된 '교차 세무조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 연고기업과 지역 세무공무원 간의 유착을 막기 위해 도입된 교차 세무조사는 그동안 정권의 표적 세무조사에 활용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교차 세무조사의 대부분을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 4국이 담당하면서 외압 논란이 더욱 커졌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2∼2016년 총 158건의 교차 세무조사를 진행해 3조4448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나타났다. 158건의 교차 세무조사 중 절반에 가까운 73건은 서울지방국세청이 담당했다. 금액으로 보면 서울청은 전체의 93%인 3조2129억원을 추징했다.


일반적으로 교차 세무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에 비해 고강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5년 서울청에서 진행한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2211건 가운데 교차조사는 1.4%인 23건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 보면 51.7%에 달한다. 


서울청 배정 교차 세무조사건 중에서도 절반 가량인 35건(48%)은 조사4국이 담당했다. 조사 4국은 정기 세무조사 외에 주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기업들에게 세무조사 일정을 통보하는 다른 조사국과는 달리 조사 4국은 불시에 방문해 압수수색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한다. 특정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가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조사 4국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에도 투입됐다. 세무조사 중립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출범한 국세행정개혁 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과정 전반에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지난 20일 밝힌바 있다.


이날 TF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 당시에도 '교차조사'가 활용됐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박연차 전 회장이 경영하던 태광실업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나섰다. 부산에 근거지를 둔 중소기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서울청 조사4부가 투입돼 교차조사가 활용된 것이다.


특히 탈루혐의가 미미한 계열사도 조사 대상자로 추가됐고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전 세목에 걸쳐서 부과제척기간까지 과도하게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확대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종료되기 전인 2008년 11월 검찰에 태광실업과 계열사 정산개발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TF는 "교차조사 선정사유가 명확하지 않고 조사과정에서도 과도한 관련인 추가 선정과 조사범위가 확대됐다"며 "이례적으로 단기간의 교차조사 신청·승인, 중복조사 실시, 특정인의 과도한 개별 조사관여 정황 등 세무조사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위배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교차 세무조사가 조사권 남용으로 비판받으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조사 요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달 열린 서울지방청 국정감사에서 "교차 세무조사를 국세청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 엄격한 요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교차 세무조사 결정이 있었을 경우에는 상과 사유, 목적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서화하고 보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세무조사 등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국세행정개혁 TF도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해야 한다"며 "적정 이행 여부에 대한 감사원 등 외부기관의 객관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위원들 간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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