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34)은 미국 줄리아드 스쿨에서 이자크 펄만(69)을 사사했다. 2003년에는 줄리아드 스쿨 작곡 경연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2006년 크로스 오버 앨범 '프리(Free)'를 통해 본격적으로 크로스오버 뮤지션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에코 클래식에서는 '클래식 위드아웃 보더스(Classic Without Borders)'를 받았다.
2009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부터 미국의 재즈작곡가 조지 거쉰 등의 곡을 재해석한 '앙코르'는 세계에서 50만장 이상이 판매됐다. 이어 2010년 '클래식 로맨스'로 에코 클래식 '올해의 베스트셀러' 부문을 받고, 2011년 '록 심포니스(Rock Symphonies)'로 빌보드 차트 클래식 앨범 부문 9위를 기록하는 등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양쪽에서 모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가렛은 e-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다양한 음악장르를 접목시키고 싶다고 혼자 결정을 내렸다"면서 "그게 나에게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으니까"라고 밝혔다.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하지않겠는가. 정통 클래식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내 주안점은 크로스오버다. 그게 날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4세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가렛은 10세 때 함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3세에 최연소로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했다. 이후 1999년 뉴욕으로 가 영국의 로열 아카데미,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 음악원, 세계 5대 음악학교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줄리아드 스쿨에서 음악학과 작곡을 배웠다.
이 때문에 '가렛'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동'과 '천재'다. 그러나 그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에 대해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실력있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때 연주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관객들에게 느끼는 부담이라기보다는 처해진 환경에서 느끼는 부담감"이라고 전했다.
화려한 외모도 돋보인다. '보그'의 모델로 활동한 그는 아르마니, 바나나 리퍼블릭 등의 패션쇼 무대에도 올랐다. "음악 외의 활동들은 음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들이다. 예전에는 학비를 대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로 했다. 이후에는 그냥 재미로 한 일들이다. 물론 그 또한 재밌는 일이지만, 그게 나의 음악세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외모와 스타일이 실력을 가리는 듯도 하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나?"라고 되물었다. "난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그저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마음이다.
짧은 인생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신경을 쓰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다. 중요한 것은 "정말 환상적인 음악을 만들어내서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고, 또한 클래식 음악이든 크로스오버든 내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함께 녹음한 존경하는 주빈 메타 같은 분이 나보고 '당신 이런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라고 말한다면 귀담아 들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나의 음악과 내가 하는 일들을 좋아해준다."
최근 개봉한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라 파가니니(1782~1840)를 연기했다. 천재적인 솜씨로 유럽 일대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이다.
가렛은 파가니니를 맡아 준수한 연기력으로 호평 받았다. "역시 영화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는 걸 느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많았다"면서 "내가 모든 걸 주도하지 않는다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음악에서는 모든 일들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내려놓는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을 쓰고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녹음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항상 해보고싶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기가 싫었다."
가렛의 이미지에서는 파가니니가 겹치기도 한다.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는 파가니니를 보면서 자란다. 그의 인생, 그의 연주, 그의 음악은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영화를 통해서 파가니니를 표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음반유통사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새 앨범 '카프리스(Caprice)'를 발매했다. 가렛이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은 이 앨범에는 파가니니의 대표곡인 카프리스 5번과 24번, 라 캄파넬라과 파가니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곡가인 주세페 타르티니·스카를라티·라흐마니노프·차이콥스키 등의 현란한 기교가 돋보이는 클래식 곡들이 수록됐다.
"파가니니 이후 그에게 영향을 받지않은 작곡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파가니니가 없었으면 낭만주의 시대의 위대한 바이올린 협주곡들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차이콥스키나 브람스, 시벨리우스 같은 작곡가들 말이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을 솔로 악기로서 음악의 지도 위에 올려놓은 사람이다. 앨범은 그러한 바이올린의 변화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앨범에는 또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피처링한 자작곡 '마 도베 세이(Ma Dove Sei)'와 '집시 댄스'도 포함됐다.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한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4번 2악장에 가사를 붙인 '이오 티 펜소 아모레(Io Ti Penso Amore)'도 실렸다. 이 곡은 미국의 걸그룹 '푸시캣돌스'의 전 멤버 니콜 셰르징거가 피처링하기도 했다.
셰르징거에 대해서는 "이런 음역대의 노래를 멋지게 소화할 능력이 있는 가수를 찾고 있었다. 몇년전에 한 버라이어티쇼에서 니콜이 노래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매우 노래를 잘해서 깊은 인상이 남았다"면서 "그래서 이번에 그녀에게 연락을 했더니 운좋게도 수락을 했고,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이번에도 정말 멋지게 노래를 불렀다"며 즐거워했다.
서른 중반의 젊은 나이지만 벌써 무대에 오른 지 20년이 넘었다. "다음에는 내가 작곡한 음악들로 구성된 앨범을 내고싶다. 그걸 다음 프로젝트로 구상하고 있다.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싶다."
가렛은 18일 오후 8시 서울 림픽공원 올림픽홀, 19일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월드투어의 하나로 콘서트를 연다. 약 7년 만의 내한이며 크로스오버 무대를 한국에서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 오랜만에 한국에 간다. 좀 더 일찍 갔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에 한국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도 했으니, 이번에도 뭔가 재밌는 프로젝트를 해볼 수도 있겠다. 기대된다"고 전했다.
지난 공연에 왔던 팬들이 그만큼 나이를 먹었을 것이고, 더욱 성숙해졌을 것 같다면서 "그들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정말 기대가 크다. 다시 한 번 멋진 추억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