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덕분에 '나비부인'을 창작하게 됐다. 스페인에서 나와 강수진이 함께 한 공연을 보고 어머니가 아이디어를 냈다. 내가 언젠가 안무가가 되면 '나비부인' 이야기를 발레로 공연해야 한다고 권하면서 강수진이 '나의 나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단장인 발레리나 강수진(47)이 출연하는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나비부인'을 안무한 엔리케 가사 발가(38)는 e-메일 인터뷰에서 작품 창작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당시 나는 안무가가 아니었다. 예술감독이 될 수 있을 지 알지 못했다. 예술감독이 된 뒤 강수진과 발레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력을 더 쌓아야 했다. 강수진이 너무 바빴기 때문에 작품할 시간을 따로 내야 했다."
강수진을 처음 봤을 때 발가는 무용수였다. 강수진의 남편이 가르치는 수업에 학생으로 출석했고, 그때 그녀가 참관하고 있었다. 강수진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선배인 터키 태생의 발레리노 툰치 소크멘(54)과 2002년 결혼했다.
"수업이 끝나고 강수진이 나의 자세와 동작을 교정해줬다. 그녀의 교정은 나의 커리어 내내 도움이 됐다. 내 무용수들에게도 그녀에게 배운 교정을 적용한다."
작가 존 루더 롱의 소설이자 푸치니의 오페라로 유명한 '나비부인'이 원작이다. 강수진은 수줍어하면서도 섹시하고, 감성적이면서 자존심도 강한 나비부인 '초초'를 연기한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세계 초연했다. 10회 공연 전회가 매진, 4회 공연이 추가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현지 언론은 "강수진은 꿈의 파트너를 만났다. 무용수 하나하나가 빛난다"고 호평했다.
'나비부인'은 구상에 11년이나 걸렸다. "강수진을 위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강수진은 가장 훌륭한 안무가들과 일했다. 그녀는 매우 수준 높은 안무에 익숙하므로 큰 책임감을 느꼈다."
오페라에서 '나비부인'은 매우 순진하다. 하지만 발가는 "내 나비부인은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을 믿고 전통과 단절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좀 더 강한 여성"이라고 차이점을 뒀다.
강수진은 '나비부인'에서 포인트 슈즈를 신고 춤춘다. 발레에서 여성 무용수들이 신는, 끝이 다소 뭉툭한 특수한 신발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토슈즈라고 한다.
"왜냐하면 나비는 날아다니지 걷지 않기 때문이다. 나비들이 꽃 위에 서 있을 때도 꽃을 건드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비들은 무게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비들은 또한 아름답다. 나비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강수진이 나비를 무용으로 표현하는 것이 내게 중요한 이유다."
그녀에게서 나비를 봤다. "만약 그녀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면 나는 이 발레 작품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강수진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장면들, 또 운명의 양면을 보여주기 위해 음과 양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들이 중요하다."
강수진은 어떤 발레리나인가. "춤이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다. 단지 그에게 강수진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면 분명히 이해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저 테크닉만도 아니고, 아름다움만도 아니며, 무언가 다른 어떤 것이다. 강수진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 춤이 무엇인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발가는 쿠바국립발레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2009~2010 시즌부터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았고 오스트리아의 티롤 국립극장, 독일의 만하임 극장에서 안무를 맡았다. 지난해 그의 작품 '프리다 칼로'는 오스트리아 뮤지컬시어터 시상식에서 최고의 발레 프러덕션으로 선정됐다. 작년에 '나비부인'을 선보였고, '지킬 앤 하이드'를 준비 중이다.
인스부르크 발레단은 발가와 발레 마스터, 16명의 무용수(남녀 8명씩)로 구성됐다. 2009년부터 발가가 지휘한 인스부르크 발레단은 오스트리아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스테판 토스, 브리지트 브라이너, 마르코 괴케, 에릭 고티에 등 유명 안무가들과 작업했다. 한국에서는 LDP무용단의 신창호 대표와 협업한 바 있다.
"우리는 1년에 대략 90회의 공연을 한다. 스타일은 모던이지만 무용수 모두가 매우 훌륭한 고전발레의 테크닉을 구사한다. 지난해 우리 무용단은 오스트리아 정부가 주는 상을 받았다."
춤은 곧 "나의 집"이라는 발가가 안무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용수들이 안무가에게 주는만큼 무용수들에게 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발레공연은 내 것이 아닌 그들의 것이다. 무용수들이 있기에 발레 공연이 가능하다."
"발레는 극장에 갈 만한 좋은 이유가 된다"는 것이 발가의 판단이다. 그러나 "강수진이 공연을 하면 극장에 가는 것은 꼭 해야 하는 일이 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수진 &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나비부인'은 7월 4~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강수진의 독무, 2인무에서 사용하는 오페라 아리아 '어떤 개인 날'과 '허밍 코러스'는 '나비부인'의 하이라이트다. 음악은 4명의 퍼커션이 책임진다. 큰 몸동작을 통해서만 연주되는 퍼커션의 움직임이 숨가쁜 긴장감과 박진감, 동양적 색채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