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의 세계에서 비독은 신화 같은 존재다. 악명 높은 전과자로 여러 번 감옥에 갇혔지만 연이은 탈옥과 기발한 변장술로 오히려 프랑스의 유명인사가 되었는데, 훗날 경찰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화려한 범죄 이력과 창의적인 수사 기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이 없는 탐정 영웅으로 역사에 남았다. 특히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카리스마로 유명해 이 매력에 빠진 무수한 소설가가 그를 모델로 작품을 썼다. 아르센 뤼팽, 셜록 홈스, 장발장과 자베르 형사가 대표적인 예다.
비독을 기념해 만든 책 '비독 소사이어티'는 비독이 82세까지 살았다는 점에 착안해 82명의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단 한 번도 살인자를 놓친 적이 없는 이들은, 뛰어난 추리력과 수사로 세계에 그 명성이 자자하다. 단단히 꼬인 미제사건의 실타래를 과연 그들은 어떻게 풀어내는 것일까. '비독 소사이어티'에는 이들의 천재적이고 기상천외한 수사 방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들이 지난 20여년 동안 해결한 사건 중에서 가장 주목 받은 사건을 골라내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했다. 부패한 피해자 시신의 생전 얼굴을 조각품으로 복원, 그것을 단서로 집요하게 범인을 쫓아 20년 만에 검거한 사건, 최악의 암살자이자 변장의 달인으로 희대의 탈주극을 벌인 뒤 종적을 감춘 살인마를 17년 만에 찾아낸 사건, 시신이 없다는 것 자체를 살인의 증거로 삼아 아이러니한 논리로 해결한 어느 복장도착자의 살인 사건 등 비독 소사이어티의 천재적인 수사 기법이 담겨 있다.
저자 마이클 카프초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대표 저널리스트로 마이클 코넬리와 마크 보우든과 함께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범죄 스릴러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장기인 유려한 전개력과 하드보일드한 서술 방식이 이 책에서도 드러난다. 카프초는 '비독 소사이어티'를 쓰기 위해 직접 비독 소사이어티 회원들과 강력계 형사, 연방수사관, 법의학 전문가를 대상으로 수백 차례 인터뷰를 하고 정리한 내용과 법정 기록, 신문기사, 미발표 논문까지 모든 자료를 총동원했다. 이로 인해 이야기마다 전개가 매끄럽고 생동감이 넘쳐 읽는 재미가 있다. 박산호 옮김, 568쪽, 1만8000원,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