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란치스코 교황,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 앞에서 고개 숙이다

프란치스코(78) 교황이 15일 김대건 신부의 생가인 솔뫼성지를 찾았다. 솔뫼 성지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 김대건(1822~1846) 신부가 태어난 곳으로 한국 천주교의 모태가 된 장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마치고 아시아 청년들과 오찬을 한 뒤 헬기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오후 4시35분 당진 우강초등학교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승용차에 올라 900m쯤 떨어진 솔뫼성지로 이동했다. 도로변 시민들은 교황이 보이자 환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지 입구에서 무개차로 갈아타고 유흥식 대전교구장과 함께 김대건 신부 생가로 갔다. 입구부터 걸어서 성지를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시간상 무개차에 올랐다.

성지로 들어서자 아시아청년대회 참가자들, 바리케이드 밖 주민들과 신자 등 5만여명이 손뼉을 치며 ‘비바 파파’를 연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출입을 허가받지 못한 사람들은 성지 잔디밭 중간쯤에 설치한 바리케이드 밖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켜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개차 타고 200m쯤 가다가 김대건 신부 생가 전방 30m에서 내린 뒤 유 주교와 함께 걸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마중 나온 이용호 솔뫼성지 신부의 안내로 ‘ㄱ’ 자형 기와집으로 만들어진 생가 마루로 향했다. 이후 꽃단지를 놓고 마루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마루 뒷벽에 걸린 김대건 신부 초상화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3분 정도 기도했다.

기도 후 가슴에 성호를 긋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대건 신부 초상화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생가 앞마당에 설치된 방명록에 안경을 끼고 서명했다. 이어 어린이가 은으로 만든 무궁화 꽃을 선물하자, 교황은 이 어린이를 들어 올린 뒤 껴안고 미소를 지으며 볼을 비볐다.

김대건 신부 생가 마당에 성수를 뿌린 뒤 경호용 바리케이드 밖에 늘어선 사람들과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위로했다.

박소연(42·충남 계룡시)씨는 “나라가 힘든 상황에 와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줘 좋았다. 일곱살 딸과 함께 왔다. 건강하게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호정(20·대전)씨는 “교황이 가난한 이들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게 늘 마음에 와 닿았다. 직접 교황을 본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고 기뻤다”고 전했다.

학생 40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현선 마리로비나 수녀(노틀담수녀회·대철중학교 교사)는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 특히 신자유주의로 인한 여러 사회 부조리가 만연한 가운데 교황은 희망을 준다. 특히 교황이 최초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에 온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깊이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대건 신부 생가 앞에서 17분 정도 머문 뒤 다시 무개차를 타고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솔뫼성지 주차장 옆 대형 천막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아시아 청년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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