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정원(39·경희대 음대 교수)은 2012년 12월29일 솔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타이틀은 '바흐 & 슈베르트)'. 어느 때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김정원은 슈베르트 최후의 피아노곡인 '피아노 소나타 B플랫 장조, D. 960' 연주로 열정과 고민을 보여줬다. 연주를 마치고 여운으로 한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김정원은 2년 뒤 결단을 내렸다. 슈베르트의 21개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동시에 전곡을 녹음하기로 했다.
매니지먼트사 아트앤아티스트에 따르면, 김정원은 3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1'을 시작으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섭렵한다.
앞으로 3년 동안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곡을 모두 연주하고 또 녹음한다.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앨범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에 이은 DG의 두 번째 대형 녹음 프로젝트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하던 15세의 김정원에게 슈베르트는 곧 위로였다. "가족과 떨어져 음악에 의지해야했던 열다섯 소년에게 그 겨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고 어둡게 느껴졌다"면서도 " 슈베르트가 나처럼 비엔나의 어둡고 추운 겨울을 고독하게 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스물 한 개의 소나타 안에는 현을 켜는 브람스도 있었고 쇼팽과 브루크너의 암시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열다섯 소년에서 어느덧 마흔 살이 돼 있는 연주자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로 채워 넣고 싶은 넉넉하고 아름다운 여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와 프랑스 파리 고등국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김정원은 빈 심포니, 런던 심포니, 체코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0년 5월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을 아시아 초연했다.
2006년부터 매년 '김정원과 친구들'로 콘서트를 열어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엄정화 주연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에 특별 출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5번 A플랫 장조 D.557' '피아노 소나타 13번 A장조 D.664' '피아노 소나타 19번 C단조 D.958'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