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설가 함정임 식도락 세계여행 ‘먹다, 사랑하다, 떠나다’

노마드 소설가 함정임(50)씨가 식도락 기행서 ‘먹다, 사랑하다, 떠나다’를 펴냈다.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스무 살 무렵 어느 날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라는 장시를 읽다가 시 말미의 유명한 결구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와 시인이 묻혀 있는 해변의 묘지 사진을 보면서 서른 살이 되기 전 오로지 스스로 힘으로 벌어서 프랑스에 가고 말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서른 살이 되기 전 파리, 그것도 그 지중해 언덕의 해변 묘지를 다녀온 후 여행자로서의 삶 또는 삶으로서의 여행이라는 생활방식을 20년 넘게 실천하고 있다.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책이라는 신념 아래 거의 매년 수없이 파리를 찾았을 뿐만 아니라 카잔차키스의 그리스, 카프카의 프라하, 예이츠의 아일랜드, 폴 오스터의 뉴욕, 오르한 파묵의 터키, 헤밍웨이의 아바나 등 인간과 세상, 예술의 현장을 작가이자 탐험가의 눈으로 답사해왔다.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그녀는 단 하루를 살아도 현지인처럼 먹고 살기를 원칙으로 한다. 여행지에서의 시작은 장을 보는 것이고, 끝은 그 도시에서의 성찬으로 마무리한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기분 좋게 전환시켜주는 것은 언제나 힘(에너지), 곧 요리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가 꿈꾸는 여행지들은 단테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불멸의 문학예술가가 나고 자라고 활동하고 죽어 묻혀 있는 공간들이다. 그들을 키워낸 하늘과 바람과 공기를 호흡하고, 그 아래 자라는 푸성귀와 열매를 맛보며 그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문장으로, 또는 색이나 음으로 표현되는 원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한 알의 올리브 열매에서 촉발돼 떠난 그리스에서는 크노소스 궁전의 올리브 저장 항아리를 보고 감격에 휩싸여 카잔차키스의 외침처럼 ‘찬미’하고, 카프카의 프라하에서는 프라하 출신이면서 망명 작가인 밀란 쿤데라를 반추하며 보헤미안의 에너자이저인 필스너 우르켈과 카흐나(오리 오븐요리)를 음미하기도 한다. 폴 오스터의 뉴욕에서는 파리에서처럼 걸어 다니며 21세기 현대 예술의 메카인 모마와 블루 노트의 재즈와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배경 월스트리트와 트리니티 교회의 안뜰 묘지를 걷는다. 세상의 중심이 터키였던 시절, 세상의 모든 향과 맛은 이스탄불로 향한다고 했던 그곳, 동서양의 매혹이 보스포러스 해협의 물결 따라 일렁이는 그 이스탄불의 케밥과 석류 주스의 새콤 달콤 상큼한 맛과 함께 우람하게 다가오는 몰락한 대제국의 역사적 기념물들…. 수많은 도시와 장소와 현실에서 늘 함께 하는 것은 그 지방의 문화와 역사에서 비롯된 음식들이었다.

끊임없이 음악이 흐르고 음식의 향내가 있고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유가 넘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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