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오는 15일 오전 본회의를 갖고 이달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뉴시스가 11일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은은 이달에는 기준금리를 현재 2.0%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만큼 아직 '금리 카드'를 다시 꺼내들기에는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내수 및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경우에는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금리를 1%대까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 인하 효과 지켜봐야"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금리는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만큼 일단 경기상황을 지켜보는 게 순리라는 지적이다.
또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작년 10월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상황이 뚜렷하게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도 동결 배경으로 꼽혔다.
박혁수 대신경제연구소 채권분석팀장은 "정부가 이제는 통화정책보다는 구조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한은도 지속적으로 금리 정책의 한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지난해의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분석실장은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의미에서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하 분이 올해부터 반영될텐데 추이를 보면서 금리를 조정해나가도 늦지않다"고 밝혔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금융분석실장 역시 "당분간 경제지표들을 어느 정도 확인할 때까지는 한은이 기준금리에 손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1분기중 금리 인하 가능"
전문가들은 현재 기준 금리가 이미 금융위기 수준인 2.0%이지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금리 인하 이후에도 경제주체의 심리가 여전히 부진한데다 일본의 양적 완화와 중국 경제 불안 등으로 대외 수출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한은도 이같은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엔화가 가파르게 절하되면서 대일 수출이 지난해 11월 24%나 감소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공동락 한화 투자증권 매니저는 "대외적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경기부양)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금리 인하의) 칼을 뽑는게 맞다"며 "경기는 한 번 위축되면 다시 반등하기 힘들기 때문에 금리인하로 부동산시장과 소비심리를 진작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 매니저는 "연초부터 국제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상당히 높아진 만큼 1분기중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혁수 대신경제연구소 채권분석팀장은 "내주 발표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낮은데다 대외 불확실성마저 높아져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박성욱 거시국제금융분석 실장도 "지난해 평균적으로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3.4~3.5% 수준이었다"며 "올해 성장률이 이보다 나아지지 못하면 한은이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은 변수
유가 하락이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공급 요인과 무관하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유가가 더 떨어지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국제유가와 관련해 상황이 굉장히 유동적이다"며 "한은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금통위에서도 "공급측 요인으로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더라도 통화정책적(금리)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 저물가는 공급측 요인이 수요측 요인보다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공급측 충격이 크다고 해서 통화정책적 대응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공급측 충격이 지속되고 이것이 중기적인 시계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변화시킨다면 이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가하락이 오히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덜어준다는 분석도 있다.
김선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유가하락으로 경제주체의 비용부담이 줄어들게 됐다"며 "이로써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춰 가계와 기업에 적용되는 이자비용을 더 떨어뜨려야 한다는 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