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1%대의 초저금리 속에서도 은행들이 '깜짝'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이익의 90%를 차지하는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급감했는데도 이처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비결이 뭘까.
주식 시장의 활황세를 활용해 펀드 판매에 집중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고,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의 매각 등을 통해 짭짤한 비이자 수익을 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하나·신한·국민·우리·농협·기업(실적발표 순) 등 주요 은행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결과 대다수 은행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분기 기준으로 6년 만에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은행권 1위'를 탈환한 KB금융지주의 경우 1분기 순이익이 605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8.4% 급증했다.
특히 KB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순이익이 4762억원으로 무려 95.2%나 늘어났다.
신한금융도 1분기 순이익이 5921억원으로 전년보다 6.0%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소폭 감소했으나 신한카드,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실적개선에 힘입어 순이익이 94.0% 증가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순이익이 무려 4486.7% 급증했다. 이 밖에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30.5%, 13.2%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1분기 실적에서 '선방'한 것은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금리 인하로 이자이익에 더 이상 의존하기 어려워지자 비이자이익에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실제로 KB금융의 경우 이자이익이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전년보다 0.4% 감소한 1조5369억원을 기록했으나, 수수료이익은 3821억원으로 21.9% 증가했다. 국민은행 또한 이자이익은 2.6% 줄어든 반면 수수료이익은 13.2% 늘어났다.
KB금융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증가 등으로 신탁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주식시장 활성화로 신규 펀드 판매액도 증가한 점도 수수료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의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농협은행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기 때문인데, 이 또한 펀드와 방카슈랑스 부문에서 판매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수수료이익이 45.4% 급증한 요인이 주효했다.
채권 매각이익이 늘어난 것도 이자이익 감소를 방어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기준 113조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매매와 평가 등으로 이익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68조원인데,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오르자 이를 매각한 것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1분기 채권 매매이익이 전년보다 546% 급증한 2428억원을 실현했다. 신한금융도 채권 매매이익에 힘입어 비이자이익이 59.3% 증가했다.
저금리 지속으로 이자이익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만큼 앞으로 은행들의 생존전략은 비이자이익에 초첨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수수료이익 등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이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자산관리, 자금관리, 투자은행업무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수수료 영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이자이익 치중으로 인해 은행 본연의 업무가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정체성 없이 다른 시장 상품의 '수수료 떼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이나 이익을 등한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