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을 통보받고 예상치 못했기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기뻤다.”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으로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46) 영화감독 겸 미술작가는 14일 도봉구 덕릉로에 있는 창동미술스튜디오에서 수상을 통보받았을 당시의 감회를 이같이 말했다.
임 작가는 “하지만 영화의 내용처럼 한국이나 아시아의 노동환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고, 그저 기뻐할 수 없어서 마음이 복잡했다”며 “작업과정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엄마도 떠올렸다”고 했다.
‘위로공단’은 봉제공장 ‘시다’로 40년간 일한 어머니에게 영감을 받아 출발한 프로젝트다. 어머니의 일하는 모습에서 시작하나 카메라는 곧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노동자, 캄보디아의 약진통상에서 일하는 노동자까지 아시아 여성노동자의 삶을 다양한 이미지와 인물들의 이야기로 다룬다.
그는 “영화에 담긴 여성노동자의 말과 표정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다큐멘터리를 통해 직접적으로 노동현실을 보여준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자평했다.
임 작가의 수상은 본인뿐만 아니라 국내 미술계도 예상치 못해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이변의 숨은 공신은 비엔날레의 본 전시에 해당하는 국제전을 총감독한 아프리카 출신의 오쿠이 엔위저의 예술관이 큰 영향을 끼쳤다.
엔위저는 예술의 현실참여를 중시하는 큐레이터다. 엔위저는 작년 가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초청으로 한국의 여러 작가들과 미팅을 가졌다.
임 작가는 “‘위로공단’을 보여주자 엔위저는 '찾고 있던 바로 그 작품이라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더 보여달라, 한번 더 만나자고 했는데 당시 2차 미팅이 잡힌 사람은 저뿐이라고 들었다”고 회상했다.
“초청이 확정됐을 때도 솔직히 큰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제가 비엔날레나 해외전시를 목표로 작업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쁘지만 또 해야 할 작업이 있으니까 달라진 것은 없다. 멋진 트로피와 명예만 있다.”
상금이 없냐고 묻자 그는 “없다”며 “차라리 잘됐다”고 했다. 오히려 상금을 받지 않은 게 더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1999년대 말, 기존 미술계에 대안을 제시하는 대안공간문화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솔직히 제 학벌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시쳇말로 서울대나 홍대 미대는 ‘넘사벽’이었다. 어디서 상을 받건 상관없이 학벌이 중시됐다."
“우리 선배 세대는 좌절을 많이 했다. 저는 다행히 운이 좋았다. 당시 주변문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나 역시 제도 미술에서 작업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임 작가는 벌써 차기작 ‘환생’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24분짜리 ‘환생’은 현재 아랍에미레이트 샤르자비엔날레에서 상영되고 있다. 앞서 ‘비념’도 단편을 전시장용으로 만들었다가 이후 장편 영화로 완성했다. ‘환생’또한 지금의 단편에서 더 확장한 장편 버전을 완성할 계획이다.
제작비는 어떻게 충당하냐고 묻자 옆에 앉아있던 김민경 프로듀서는 “가능한 모든 지원프로그램을 신청한다”며 “첫 장편이었던 ‘비념’은 초기펀드가 어려웠으나 ‘위로공단’은 기획펀드, 후반작업펀드까지 다 받았고 향후 개봉지원펀드도 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위로공단’은 3년에 걸쳐 현물지원 등을 포함해 제작비 1억9000만원이 들었다. 국내 개봉은 오는 7월 예정돼 있으며 11월22일 폐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상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