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현대차 '36개월 무이자' 지원 받은 현대캐피탈…'車금융시장' 완전 장악하나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장악에 나섰다.

최근 현대카드와 캐피탈의 실적 부진으로 고전 중인 '사위' 정태영 사장의 구원투수로 '장인'인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선 모양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1일부터 진행 중인 36개월 무이자할부 대상을 현대캐피탈 이용 고객으로 한정해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의 36개월 무이자 할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파격적 혜택이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고객이 아니면 이 기회를 이용할 수 없다.

현대차는 특히 무이자 할부로 발생하는 현대캐피탈의 자금 조달 비용도 거의 대부분 부담해 주기로 했다.

자동차 할부결제는 완성차 업체와 연결된 캐피탈사가 자금을 조달해 차 값을 우선 지불하고, 고객이 캐피탈사에 돈을 값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캐피탈사는 조달비용을 고객으로부터 받는 할부이자로 처리하는데, 무이자 할부를 하게 되면 이 조달 비용을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완성차 업체와 캐피탈사가 이를 나눠 부담하게 되지만 이번 무이자 행사에서는 현대차가 대부분의 비용을 떠안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캐피탈은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현대차 고객을 모두 끌어올 수 있게 됐다. 특히 현대차가 무이자할부 기간을 36개월로 늘리는 강수를 둔 만큼 이번 기회로 현대캐피탈이 현대차 할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이자할부 마케팅이 자동차 복합할부 상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생긴 빈 공간을 현대캐피탈의 몫으로 채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현대차는 국내 카드사들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복합할부 상품 폐지를 밀어붙었다. 복합할부 상품이 인기를 끈 탓에 현대캐피탈의 시장 점유율이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판매 점유율은 지난 2011년 86.6%에서 2013년 74.7%로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70% 초반선에서 머물고 있다. 전체 신차 판매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1년 66.8%에서 2013년 이후 50%대로 하락했다.

실적이 악화일로인 현대캐피탈 때문에 고심 중인 정태영 사장에겐 이번 무이자 할부가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2377억원으로, 1년 전(3914억원) 보다 39%가 감소했다. 2012년 당기순이익이 436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만에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이 뚜렷한 경영 전략 없이 현대차그룹의 지원에만 의존해 현대캐피탈을 이끌어간다는 비판도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현대차의 전폭적 지원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정 사장의 경영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해외 사업 진출로 수익성을 높이자는 큰 계획은 있지만,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이 나아지지 않으면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높은 수익에 의존해 온 탓에 정 사장이 캐피탈 사업의 자생능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사장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입지를 키우려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앞으로는 현대자동차와 분리해 금융계열사로서의 입지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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